[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① ‘삼성생명법’ 추진, 이재용의 삼성 지배구조 ‘위기’

시간 입력 2023-02-02 07:00:01 시간 수정 2023-02-10 09: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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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상정…보험사 주식 가치 평가 방법 변경 골자
책정 기준 ‘취득원가→시가’ 바뀔 경우 지분 3% 이상 보유 사실상 불가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중 5.51% 팔아야…주식 가치 20조 상회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이어지는 지배구조 균열 위기

정치권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현재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를 연결고리로 하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 CEO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삼성그룹  총수로서 ‘뉴 삼성비전’을 제시해야 할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삼성의 중심축인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인 경기위축, ‘반도체 한파’의 악재속에 대내외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생명법이 자칫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하고 재고가 쌓이는 등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21년 동기 13조8700억원 대비 68.95%나 추락한 4조3100억원에 그쳤고,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은 97%나 급락했다.

삼성생명법으로 일컬어지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제1소위)에 상정되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내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재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면 삼성 그룹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 지배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생명 소유 지분이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삼성해체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3% 책정 기준’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보유 금액이 총 자산의 3%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한도는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의 가치는 취득 당시 주가인 1주당 약 1070원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44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1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 약 341조원 대비 0.16%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1%를 소유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3% 책정 기준도 달라진다.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를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종가(6만10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3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삼성생명의 총 자산 대비 3%는 약 10조2300억원이다. 삼성생명이 한도를 넘어서는 약 20조7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모조리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이 줄어들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연결되는 이 회장의 지배력 구조역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그룹 내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의 지분을 상호 연결하는 고리를 중심 축으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97%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모두 합산하면 지분비율이 31.31%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 금융그룹의 중심 축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함과 동시에 5.01%의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지배한다. 또한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 8.51%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이 회장 일가는 그룹 내 모체격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산하더라도 5.45%에 그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1%(약 5969만7825주)를 사들이는 데에는 무려 3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이 회장이 해당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되고, 삼성전자는 자회사로 편입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삼성물산의 자회사 비중은 50%를 초과하게 되는 만큼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삼성물산이 현재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5.01%에 25%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위해, 추가 매입해야 하는 지분 가치가 무려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모든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소유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법 통과에 따른 지배구조 영향’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은 지주사 전환에 따라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등 대응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주가 충격이 우려되고, 삼성그룹 지배력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뿐만 아니라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지분 1.5% 가운데 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0.8%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의 특수관계인 9%에 대한 지배력 상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삼성그룹내 지배력 강화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그룹내 지배력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국회내 삼성생명법 논의작업은 현재 답보상태에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제1소위가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생명법은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생명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도 법안처리가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개미 투자자가 거부한다”며 “주식 카페를 돌면서 법안을 홍보했지만 오히려 비판받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법 폭주를 했다가 국민에게 피해를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은 이에 대해 “보험업법의 취지는 자산 운용 시 고객 돈의 안전이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삼성전자의 편법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 삼성생명법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법을 향한 왜곡보다는 내용을 잘 아는 만큼 진영 논리가 아닌 공정과 상식으로 경제 정책에 접근해달라”고 맞받아쳤다.

정부는 삼성생명법 처리에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법안 처리시 재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치는 중대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이 먼저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달 17일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안은 보험사, 보험 계약자, 주주 등 이해 관계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면서 “충분한 국회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어 “주가는 기업의 내재 가치에 따라 변동하므로 개정안에 따른 단·장기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매각 시 주가 변동성 발생 및 이에 따른 주식 시장 및 소액주주 영향은 불가피하므로 국회 논의 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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