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日 키옥시아 최대주주 등극…‘낸드 최강자’ 거머쥐나

시간 입력 2026-08-12 17:59:00 시간 수정 2026-08-12 1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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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최대주주, 도시바→BCPE판게아케이만2 변경
BCPE판게아케이만2,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출자한 SPC
CB 형태 키옥시아 지분 14.19%, 언제든 보통주 전환 가능
“실질적 최대주주는 SK”…SK·키옥시아 낸드 동맹 기대↑
‘글로벌 낸드 1위’ 삼성 앞지를 수도…CB 전환 최대 관건

일본 키옥시아 테크놀로지캠퍼스. <사진=키옥시아>

SK하이닉스가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도시바가 키옥시아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가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 2대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된 것을 두고 향후 글로벌 낸드 시장의 판도가 크게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된 만큼, 전 세계 시장 내 SK의 입지와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키옥시아는 최대주주가 기존 도시바에서 BCPE판게아케이만2(BCPE Pangea Cayman2 Limited)로 변경됐다고 12일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4.48%(7902만8900주)를 기록했던 도시바의 키옥시아 지분율은 이달 3일 14.12%(7703만8200주)로 낮아졌다. 이는 도시바가 키옥시아 주식을 장내 처분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BCPE판게아케이만2의 지분율은 14.19%(7740만주)를 유지했다. 이에 키옥시아의 최대주주 지위는 도시바에서 BCPE판게아케이만2로 넘어갔다.

키옥시아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시선은 SK하이닉스로 쏠렸다. 이는 SK하이닉스와 BCPE판게아케이만2 간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BCPE판게아케이만2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SPC다.

앞서 2018년 5월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SPC에 약 3조9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중 약 2조6371억원은 BCPE판게아인터메디에이트홀딩스케이만(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에, 나머지 약 1조2789억원은 BCPE판게아케이만2에 각각 투자됐다.

여기서 BCPE판게아케이만2 투자는 전환사채(CB) 형태로 이뤄졌다. SK하이닉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보유 중인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최대주주라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사실상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면서, 향후 글로벌 낸드 시장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낸드 시장의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가 손을 잡을 경우,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발돋움할 수 있어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최근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발맞춰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성능 낸드 제품의 필요성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은 SK는 고성능 SSD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대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 기술로 낸드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는 321단 2Tb QLC 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해당 제품은 원가 경쟁력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 대비 용량을 2배 늘린 2Tb로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낸드는 용량이 커질수록 하나의 셀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한다. 대신 메모리 관리가 복잡해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SK는 대용량화로 인한 성능 저하를 해결하고자 낸드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그룹의 단위인 플레인을 4개에서 6개로 늘려 더 많은 병렬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번 낸드는 용량이 확대됨은 물론 이전 제품 대비 성능도 더욱 향상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빨라졌고, 쓰기 성능은 최대 56%, 읽기 성능은 18% 개선됐다.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도 23% 이상 증가해 저전력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사진=SK하이닉스>

키옥시아는 1987년 세계 최초로 낸드를 개발한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가 모체다. 2018년 도시바의 경영 위기로 분할됐다.

키옥시아는 2007년 3차원(3D) 플래시 메모리인 ‘빅스플래시(BiCS FLASH™)’를 출시하며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키옥시아는 혁신적인 수직 적층 및 수평 확장 공정을 도입해 단위 면적당 메모리 셀 수를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스토리지 밀도와 성능 향상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플래시 메모리 아키텍처를 구축했다.

특히 빅스플래시는 고성능 SSD, AI 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최근 실적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키옥시아의 2026 회계연도 1분기(올 4~6월) 영업이익은 1조2700억엔(약 11조29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449억엔 대비 무려 2728.5% 폭등한 수치다.

SK하이닉스 321단 2Tb QLC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이렇듯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SK하이닉스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키옥시아가 손을 잡을 경우, 두 연합이 글로벌 낸드 시장을 평정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이 17.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키옥시아는 13.9%였다. 이들 업체는 나란히 2위, 3위에 랭크됐다.

세계 1위는 삼성전자였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1.6%로,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지배 하에 놓인 키옥시아가 SK와 전략적 동맹을 맺게 되면 삼성전자의 독보적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올 1분기 SK·키옥시아의 점유율 합산은 31.5%로, 삼성과 대등한 수준이다.

이에 업계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SK가 언제든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CB를 거머쥔 이상, 키옥시아의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주주에 등극했다는 점 역시 키옥시아의 인수합병과 지배구조 재편 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앞서 2018년 BCPE판게아케이만2 투자 당시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의결권이 있는 키옥시아 지분을 15% 이하로 유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2028년 이후에는 해당 제한이 풀린다. 이에 키옥시아 내 SK하이닉스의 입지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경영 참여까지 도달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각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키옥시아를 둘러싼 SK하이닉스의 고심은 빠르게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편 키옥시아는 현재까지 SK하이닉스의 CB 전환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키옥시아는 2025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올 3월 31일 기준 CB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각국의 반독점법, 외국환거래법 및 대외무역법 등에 따른 관련 절차에 이미 착수했을 수 있다”며 “해당 절차가 완료되면 언제든지 BCPE판게아케이만2 소유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CB 전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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