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기요금제 가시화…자가발전 비중 따라 철강사 ‘희비’

시간 입력 2026-10-22 07:00:00 시간 수정 2026-10-21 17: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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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권 최대 18원 인하…전기로 업체 유리
동국제강 지난해 전력비, 영업이익의 약 5배
한전 “상계관세 고려”…최종 인하 폭 유동적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정부가 연내 확정을 추진하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의 효과가 철강사별로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요금 인하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사들이는 전력에 적용되는 만큼 자가발전 비중이 높은 고로 중심 업체보다 한전 전력 의존도가 높은 전기로 중심 업체의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역 단위 요금 할인이 미국 상계관세 조사에서 보조금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종 인하 폭은 아직 유동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이하 지역요금제)에 대해 “가급적 연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후부와 한전이 지난 8월 26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설계안은 기존 요금 체계에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전국을 전력계통 기준 4개 광역권으로 나눈 뒤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해 11개 지역으로 세분하며, 제주는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설계안에 제시된 인하 폭은 kWh당 남부권(영남·호남) 13~18원, 중부권(충청·강원) 10~15원, 수도권 북부 6~10원, 수도권 남부 0~1원이다. 같은 광역권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인하 폭이 달라지며, 11개 지역의 경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대 인하 폭인 18원은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kWh당 181.9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정부는 제도 도입에 따른 산업계 요금 부담 감소액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철강 공정은 24시간 연속 조업이 기본이기 때문에 지난 4월 시행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 개편으로는 전력 사용 시간을 옮겨 비용을 줄이기 어려웠다. 지역요금제는 공장 소재지에 따라 요금이 낮아지는 구조여서 조업 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 1톤을 만드는 데 통상 400~500kWh의 전력을 쓴다. 요금이 kWh당 18원 내려가면 쇳물 1톤당 원가가 7200~9000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하 적용 대상은 한전 구매 전력

지역별 조정요금은 한전에서 구매하는 전력에만 적용된다. 같은 권역에 공장이 있어도 자가발전 비중에 따라 절감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가 모두 인하 폭이 가장 큰 남부권에 속한다. 그러나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한 자가발전 비중이 80%를 웃도는 만큼 전체 전력비 대비 절감 효과는 전기로 중심 업체보다 작다. 변수는 전기로 확대다. 지난 6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 전기로 가동이 늘어날수록 한전 구매 전력이 증가해 지역요금제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이 높아 한전 전력 의존도가 크고, 연간 전기요금은 1조원 안팎이다. 생산 거점은 3개 광역권에 걸쳐 있다. 포항·순천공장은 남부권, 당진제철소는 중부권, 인천공장은 수도권 북부에 속한다. 업계와 증권가가 추정한 현대제철의 연간 절감액은 800억~1450억원으로 편차가 크다. 추정 전제가 서로 다르고 11개 지역의 경계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변수는 포스코와 반대 방향인 자가발전 확대다. 약 8000억원을 들여 당진제철소에 짓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가 2028년 3월 준공되면 인하 효과가 적용되는 한전 구매 전력은 줄어들 수 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전력비가 영업이익의 약 5배

동국제강은 전력비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체다. 동국제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비는 2961억원으로 매출(3조2034억원)의 9.2%를 차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594억원)의 약 5배에 달했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 2만688TJ(테라줄) 가운데 전기 사용량은 1만6055TJ로 77.6%였다. 전력 의존도는 온실가스 배출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배출량의 64.4%가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2)이었다.

회사는 전기로 3기를 운영하며 인천·포항공장에서 봉형강을 생산한다. 당진공장은 전기로 없이 슬래브를 사들여 후판을 압연하지만, 압연 공정에서도 전력을 쓴다. 인천(수도권 북부)·포항(남부권)·당진(중부권) 공장이 모두 인하 대상이다. 최종 인하 폭이 정해지지 않아 절감액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력비가 1%만 줄어도 지난해 기준 약 30억원이 절감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5%에 해당한다.

다만 절감액은 가동률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동국제강의 봉형강 평균 가동률은 66.2%, 후판은 77.4%였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면 전력 사용량도 감소해 절감액의 절대 규모는 작아진다.

◇한전 “상계관세 고려해 형태 확정”

설계안의 인하 폭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천현민 한전 요금전략처장은 지난달 17일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철강은 특히 상계관세 때문에 통상 이슈가 첨예한 검토 요소 중 하나”라며 “지역별 조정요금이 모두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정부 보조금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법률 검토를 거쳐 제도의 형태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상계관세 부과 요건인 ‘특정성’이다. 미국 관세법은 보조금 혜택이 특정 지역 안의 기업으로 한정되면 특정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제도라도 지역 단위로 요금을 낮추는 구조라면 특정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한미 간 공방은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9월 현대제철 후판에, 같은 해 12월 포스코 후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판단했다. 당시 포스코에 매긴 상계관세율은 0.87%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서 현대제철 건은 2024년 12월, 포스코 건은 2025년 8월 각각 1차 승소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별도 절차인 2023년 수출분 연례 재심에서 전기요금과 배출권거래제를 다시 보조금으로 인정하고, 지난 5월 포스코 후판의 상계관세율을 3.70%로 확정했다. 같은 품목의 2023년 수출분에 대해 동국제강에도 2.21%의 상계관세율이 확정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통상 리스크를 이유로 인하 폭을 조정할 여지를 남겨뒀다”며 “철강사별 실제 절감액은 기후부와 한전이 최종안을 내놓아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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