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원대 반도체 성과급, 국민 앞에 더 겸손해야”…삼성·SK, ‘자성론’ 목소리 더 커진다

시간 입력 2026-07-21 17:43:56 시간 수정 2026-07-21 1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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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수억원 성과 보상’ 논란, 사회적 이슈 비화
한경협 류진 “대기업 성과급, 중소 협력사에 부담돼”
SK 최태원 “구성원 행복, 이해관계자 침해 땐 손 대야”
삼성 준감위 이찬희 “급변 상황, 국민 앞에 겸손해야”
삼성 메모리·SK 7억원대…반도체 억대 성과급 시대
‘이해관계자 패싱’에 뿔난 주주, 국민연금에 주주 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노사 합의를 통해 수억원대 성과급 시대를 열었지만, 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이해 당사자인 삼성·SK를 비롯해 경제계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촉발되는 분위기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최근 ‘한경협 제주 하계 포럼’ 기간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성과급 논란에 따른 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류 회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적절한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삼성·SK의 고액 성과급은)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도미노처럼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지급 기준을 정하기보다 상의하고 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성과급 자체보다 보상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기업 성과급 부담이 협력사와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류 회장의 의중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뿐만 아니라, K-반도체의 한 축인 SK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구성원(직원)에게 가능한 많은 행복을 주고 싶지만, 이해관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단서 또한 고려돼야 한다”며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 관계자를 침해한다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직원에 대한 억대급의 성과급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상호 이해를 침해한다면,  현재의 성과급 제도를 뜯어 고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도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준감위가 검토 중인 사안이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올해 상반기에 노사 문제 뿐만 아니라 주가까지 상황이 너무 급변하며 변화를 예측하기 참 힘들다”며 “롤러코스터 같은 현 상황에서, 어떤 정책이나 기업 운영 등은 전부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높은 곳에 있을 때는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가득 가졌을 때는 넘칠 것을 경계하라’라는 뜻의 ‘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을 인용하며 “지금 상황에선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경제단체 수장과 K-반도체 수뇌부가 잇따라 삼성·SK의 억대 성과 보상 체계에 대해 우려 섞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고액 성과급 논란은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받게 될 성과급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삼성전자 노사 간 ‘2026년 임금 협약’에 따라 새로 마련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한정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성과급 재원은 전체의 40%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에, 나머지 60%를 사업부에 배분한다. 사업부 몫의 재원 중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이 되는 사업 성과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 여부다. 만약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83조원의 10.5%인 40조215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40조215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6조860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064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2억606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4조1290억원이다.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시스템LSI 등 비메모리는 적자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해당 재원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메모리사업부와 공통 조직이 1:0.7 비율로 나눠 갖는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보면 메모리사업부 재원은 14조1935억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약 2만8000명인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게 되는 성과급은 5억691만원에 이른다.

결국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2026년도 특별 경영 성과급으로만 부문 성과급 1억8723만원에 사업부 성과급 5억691만원까지 총 7억1297만원을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에 앞서 지난해 9월 성과 보상 체계를 손본 SK하이닉스 직원들은 2026년도 성과급으로 8억원 가까이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익 전망치가 2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감안할 때 영업익의 10%인 약 27조3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에게 똑같이 분배한다면 1인당 7억9018만원을 지급 받게 된다.

이처럼 ‘억대 성과급 시대’를 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사회적 논란을 잠재워야 하는 커다란 숙제와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삼성·SK가 고액 성과급 논란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그러는 사이 K-반도체의 고액의 성과급 문제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더 다양한 계층에서, 더 높게 분출되고 있다.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는 하루 전인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을 찾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에게 삼성전자 특별 경영 성과급 합의안에 대한 우려와 수탁자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주주 서한을 제출했다.

액트는 서한에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와 DS 부문 특별 경영 성과급을 합산하면 사업 성과의 약 12% 수준이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되는 구조다”며 “명칭은 ‘성과급’이나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사업 성과, 즉 주주 몫에 해당하는 이익을 노사 합의만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이는 주주 총회(주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도 성과급 추정 지급액은 기존 정기 주총에서 승인된 자사주 처분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기주식 보유·처분 절차에 관한 상법상 주총 승인 요건과도 직접적으로 결부된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액트는 “OPI와 특별 경영 성과급이 주총 승인 없이 확정돼 시행되면 주주 가치 희석과 자본 배분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장기적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OPI와 특별 경영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주총 승인 필요성에 관한 사안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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