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염에 냉방 솔루션 수요 늘어…유럽 HVAC 시장 재편
삼성·LG, 현지 판매량 확대…친환경 히트펌프 앞세워 B2B 공략

LG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LG 멀티브이 아이'가 설치 중인 스페인 대형 주거단지 '플렉시 리빙'의 조감도. <사진제공=LG전자>
유럽에서 40도 안팎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현지 냉방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엄격한 건축 규제로 에어컨 보급이 쉽지 않았던 유럽이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업계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설치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인 맞춤형 제품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LG전자도 남유럽 가정용 에어컨 매출이 약 20%,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는 약 10% 증가했으며, 6월에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유럽은 오래된 건축물과 문화재 비중이 높아 실외기 설치와 배관 공사가 쉽지 않고, 국가별 건축·환경 규제가 까다로워 에어컨 보급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가정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시스템에어컨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호텔 메리어트 트리에스테’에 높이를 낮춘 ‘무풍 4Way 천장형 카세트’와 대형 시스템에어컨 실외기 ‘DVM S2+(R32)’를 공급했다. 문화재 건축물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해 건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냉난방 성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이동식 에어컨으로 가정용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별도 공사 이중 배기 호스를 창문과 연결해 내부 열기를 배출하는 구조로, 타공 시공이 불가능한 유럽 건물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회사는 이동식 에어컨에 친환경 냉매 R290을 적용해 유럽연합(EU)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저소음 설계도 적용했다.

24~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MCE 2026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참석자들에게 수상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양사는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수요를 조준한 히트펌프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주변의 열을 끌어와 난방이나 냉방에 사용하는 장치다.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유럽에서 신축 건물과 상업시설 등 B2B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2025년 유럽 주요 16개국의 전체 히트펌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한 263만 대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HVAC 전시회 ‘MCE 2026’에 참가해 고효율 히트펌프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수한 공조 전문 기업 플랙트그룹과 함께 주거용 교효율 히트펌프 ‘EHS’ 라인업을 전시했다. 올해 출시한 ‘EHS 올인원’은 기존 R410A 냉매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68% 낮은 ‘R32 냉매’가 적용됐으며,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 등 에너지 절감 기능을 갖췄다.
LG전자는 유럽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공기열원 히트펌프(AWHP)를 중심으로 HVAC 토탈 솔루션을 공개했다. 공기열원 히트펌프 실외기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에는 GWP가 0.02 수준에 불과한 ‘R290 냉매’가 적용됐다.
대규모 사업도 수주했다. LG전자는 지난달 페인 마드리드 인근 깔레 푸에르자스 아르마다스 지역의 1000여 세대 규모 주거단지의 냉난방 솔루션을 수주해 고효율 대용량 히트펌프인 ‘LG 멀티브이 아이’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 리더케르크 등에 신규 조성된 주택단지에도 고효율 히트펌프를 공급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에 10만 가구 이상의 히트펌프 설치를 완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설치 환경과 규제가 다른 시장보다 훨씬 까다롭다”며 “현지 건축 환경과 친환경 정책을 모두 고려한 제품 경쟁력이 향후 시장 확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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