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8주년 ‘피지컬 AI’ 가속화…“LG 로보틱스 원년 맞았다”

시간 입력 2026-07-01 17:49:53 시간 수정 2026-07-01 17: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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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 지난달 29일로 취임 8주년 맞아
‘선택’과 ‘집중’ 전략 토대로 그룹 포트폴리오 고도화
LG, AI·바이오·클린테크 등 ‘A·B·C’ 분야에 미래 투자
특히 AI에 방점…엑사원 기반 AX, LG그룹 성장 견인
피지컬 AI ‘승부수’…“종합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 도약”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자로 ‘취임 8주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지난 8년 간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를 앞세워, 부실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구 회장은 LG의 미래 먹거리로 AI(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를 낙점하고, 신성장동력 육성에 사력을 다해 왔다. 특히 AI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시키며, 피지컬 AI를 비롯해 AI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등 AI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고도로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와의 밀월을 강화하며 차세대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승부수를 띄운 구 회장은 올해를 ‘LG의 로보틱스 사업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8주년을 맞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삼성과 SK가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각각 2655조원, 2100조원 등 총 4755조원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축제를 벌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재계 총수 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총수로 꼽히는 구 회장의 성정을 고려한 처사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3월 25일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LG 사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

비록 겉으론 조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내실을 우선하며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실천해 온 구 회장은 지난 8년 간 LG그룹을 대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갑작스럽게 LG그룹의 총수에 올랐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온 그는 차장, 부장, 상무 등으로 고속 승진했고, 2018년 6월 29일 LG그룹 총수로 취임했다.

당시 40세의 젊은 나이에 구 회장이 LG를 이끌게 되면서 방대한 계열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은 그룹의 고속 성장을 일궈내며 탄탄한 진영을 갖추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LG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2018년 말 기준 126조475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5조9750억원으로, 7.5%(9조5000억원)나 증가했다.

LG그룹의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 데는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 또는 축소하는 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9년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등을 정리한 데 이어 2020년에는 LG화학의 편광판 사업을 접었다.

특히 2021년에는 LG전자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시키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모바일 사업은 LG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돼 왔지만,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글로벌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불명예 사업 철수로 막을 내리게 됐다.

또한 2022년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도 지난해 과감히 접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4월 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입됐다. LG그룹을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구 회장은 A·B·C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AI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LG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개발에 매진해 왔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다.

구 회장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LG는 초거대 AI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구 회장의 선구안으로 설립된 LG AI연구원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AI 선행 기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 이렇게 5년 넘게 쌓아 온 AI 기술력은 지난해 7월 일반 AI와 추론 AI를 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국내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EXAONE) 4.0’ 출시의 밑거름이 됐다.

구 회장은 고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돌파구로 AI를 점찍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LG만의 독자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요 사업의 AX(AI 전환)를 가속화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자 AI 모델인 엑사원 기반의 AX가 LG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6월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의 AI 비전은 더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LG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LG가 자체 보유한 제조·인프라 역량을 앞세워 엔비디아 AI 플랫폼과의 융합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피지컬 AI를 비롯해 AI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등 AI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뤄낸다는 게 구 회장의 포부다.

이는 지난달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의 회동에서 한층 더 구체화됐다. 실제 황 CEO가 방한 일정 동안 구 회장을 두 차례나 만나면서, 엔비디아가 LG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양사 수장은 가전, 로봇, 모빌리티, 스마트 공간, AI 인프라 등 분야에서 축적한 LG그룹의 역량을 엔비디아의 풀스택(Full-stack) 엔드투엔드(End-to-End) AI 플랫폼에 결합시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AI 모델 개발부터 로봇 학습·운영, 디지털 트윈 구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당시 구 회장은 “황 CEO와 미래 산업을 바꿀 전략적 협력에 대해 매우 가슴 뛰는 논의를 나눴다”며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의 청사진은 고객의 일상과 글로벌 산업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CEO는 “한국은 제조, 메카트로닉스, AI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러한 강점의 결합은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한국의 핵심 성장 산업으로 만들 것이다”며 “엔비디아 AI 인프라 플랫폼 ‘DSX’와 피지컬 AI 플랫폼을 통해 LG는 가정과 차량을 넘어 공장과 AI 인프라 영역까지 리더십을 확장하고, 일상과 산업을 변화시킬 지능형 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8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파트너십을 강화키로 한 LG와 엔비디아는 제조부터 로봇에 이르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서로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LG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 생태계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의 레퍼런스 로봇을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및 물류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로봇 분야에서 데이터 구축, 시뮬레이션, 학습,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 개발 과정에 걸쳐 전략적 협력을 확대한다.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그루트(GR00T), 코스모스(Cosmos) 등 핵심 AI·로보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

LG이노텍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력을 기반으로 ‘로봇의 눈’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 이에 엔비디아 AI 칩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만든다는 포부다.

LG CNS는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AI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산업 현장용 로봇 플랫폼인 ‘피지컬웍스’에 엔비디아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해 고도함으로써 물류와 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화한다.

LG전자가 구축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 데이터 팩토리에서 LG 클로이드가 물체를 잡고 옮기는 동작을 반복하며 동작 데이터를 생산·학습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구 회장은 LG그룹의 피지컬 AI 사업을 진두지휘할 전담 조직도 신설키로 했다.

LG전자는 피지컬 AI 기반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로보틱스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육성 의지를 반영해 조직 개편을 전격 단행하고,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했다.

로보틱스사업센터는 사업 개발, 영업, 오퍼레이션 등 기능을 갖춘 완결형 사업 조직으로 운영된다. 산하에 로봇 학습용 데이터 팩토리 전담 조직도 갖췄다.

구 회장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율적 의사결정 체계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첩한 사업 전략 수립과 실행, 핵심 기술 내재화, 원가 경쟁력 확보 등 로보틱스 사업 전반의 실행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향후 LG CNS, LG AI연구원 등 LG 계열사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원(One) LG’ 협업이나 글로벌 빅테크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데도 용이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올해를 LG 로보틱스 사업의 기반을 다질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계기로 로봇 완제품과 더불어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부품 사업, 데이터 생성·학습을 위한 데이터 팩토리까지 갖춘 종합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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