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지방투자 ‘외압’ 우려 …“1000조 투자, 용인 클러스터 문제 없나”

시간 입력 2026-06-24 17:22:42 시간 수정 2026-06-24 17: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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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민·관 합동 회의서 지방 투자 계획 발표 전망
호남·충청에 전·후공정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방안 유력
李 대통령, 삼성 이재용·SK 최태원과 대규모 투자 방안 협의
청와대·정부·정치권, 기업 투자 결정에 외압 작용 ‘우려’ 커져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들어서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및 충청 지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백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이는 해당 생산 거점에는 후공정 뿐만 아니라 전공정까지 함께 구축될 전망이다. 삼성·SK는 이르면 다음주께 세부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K-반도체의 이번 지방 투자 계획은 지역 균형 발전에 방점을 찍은 청와대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당장, 호남·충청 지역 내 첨단 반도체 생태계 조성은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의 투자 결정이 ‘정치적 외압’ 등에 의해 부득이하게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 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대신 청와대가 이를 확인시켜줬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토론에서 “현재 추세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미 예고돼 있던 반도체 생산 설비 건설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논의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며 “그렇다고 해외로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고 지방 투자 계획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지방 투자 계획이) 확정되면 기업들과 부처가 모여 한번에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토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는 사실상 청와대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호남·충청 지역에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생산 거점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전공정)과 패키징 공장(후공정)이 함께 구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정은 메모리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 위에 회로를 형성해 메모리 셀과 소자를 구현하는 단계다. 후공정은 완성된 칩을 절단·패키징·검증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지역에 후공정 중심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후공정의 경우,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나 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 탄 K-반도체가 당분간 역대급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AI 메모리 수요에 발맞춰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병목 현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며 “향후 5년 동안 웨이퍼 기준 반도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SK는 전·후공정을 망라한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최적지를 물색해 왔다. 이런 와중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펴고 있는 청와대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K-반도체는 호남·충청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거론되는 호남 및 충청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부지 확보가 용이하다. 또 재생에너지 조달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국제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규제가 날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반도체 공장이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규제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파악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이미 지난 19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다만 K-반도체의 지방 투자 계획이 당사자인 삼성·SK의 자발적인 의지 보다 청와대, 정부, 정치권 등의 강도높은 압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지난해부터 호남·충청 지역 정치권과 시민 사회 등을 중심으로 지방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 과정에서 반도체 지방이전과 관련한 공약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자리매김한 K-반도체에 초과 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기에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및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에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방안과 인허가 특례 등이 담긴 것도 K-반도체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착공에 들어간 수도권 내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큰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지방 투자 계획과 관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팹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장, 용인은 물론 평택·화성 등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지방 이전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첨단 칩 경쟁력을 제고하려 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혹감을 더욱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미 지난해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착공에 돌입한 SK하이닉스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원삼면 일대 415만㎡(약 126만평) 규모의 부지에 구축되는 메가급 반도체 산단으로, SK의 첨단 AI 메모리 양산을 주도할 핵심 생산 거점이다. 약 600조원이 투입되는 이 곳에는 총 4기의 팹이 구축된다. 팹 1기가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M15X 6기와 맞먹는 규모임을 감안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기 팹 공사 첫 삽을 뜬지 1년여가 지난 현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 약품 등을 공급해주는 CUB(센트럴유틸리티빌딩), 반도체가 생산되는 핵심 생산 시설인 팹, 수자원을 재사용하는 데 필요한 WWT(워터웨이스트트리트먼트), 임직원 사무동 등 주요 시설들이 어느 정도 윤곽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삼성전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LH와 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H는 산단 예정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토지 및 지장물(건물, 공작물, 수목 등)에 대한 보상 협의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남사읍 일대 728만㎡(약 220만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는 초대형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이다. 투자 규모는 약 360조원에 이른다.

결국 총 100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순항중인 가운데, 예기치 못한 지방 이전설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만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다행스럽게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은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과 관련해 “경기 용인시 이동·남사읍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 내에 추진 중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삼성전자측은 국가 산단에 계획대로 팹 6기를 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삼성전자 최고위층 관계자와 연락해서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이를 재확인했다. 김 실장은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인에 다 지은 뒤에 다음 부지에 짓기 시작하면 너무 늦기 때문에 (먼저 조성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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