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17일 ‘2026년 4차 총회 공고’
24~30일 최승호 위원장 재신임 투표 진행
DX 소외·과반 노조 지위 상실로 잡음 일어
조합원 5만6450명 중 과반 찬성 시 가결
최 위원장, ‘DS 먼저 챙기기’로 강경 기조
노노 갈등 심화·교섭 창구 단일화 난항 우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현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투표에 돌입한다. 성과급 제도 개편 과정에서 모든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소속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탈출 러시’가 잇따르면서, 단일 과반 노조 지위 상실이라는 뼈아픈 상황도 초래됐다.
설상가상,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자칫 DS(디바이스솔루션)·DX(디바이스경험) 부문 교섭 단위 분리, 노노 갈등 심화 여부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17일 ‘2026년 4차 총회 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이달 24일 오후 2시부터 30일 오전 10시까지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다는 안건이 담겼다. 또 규약 개정 안건도 함께 투표에 부쳐졌다.
전자 투표로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전 조합원의 과반이 찬성 시 가결된다.
초기업노조가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최 위원장의 의지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말 조합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 위원장은 “올해 임금 교섭에서 느끼는 조합원들의 실망과 제 잘못에 대해, 말뿐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겠다”며 “조합원들의 결정에 겸허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실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여 간 성과급 제도 개편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립해 왔다. 그러던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호소와 정부의 중재 노력이 빛을 발하며, 노사는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극적으로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또한 이어진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73.7%의 찬성 표를 받아 잠정 합의안은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7일 ‘2026년 임금 협약’을 체결하고, 성과급 제도 개편이라는 갈등을 말끔히 해소했다.
이번 협약으로 삼성은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한해 특별 경영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먼저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OPI는 현행대로 제공한다. OPI는 사업 부문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일례로 연봉 1억원인 직원이 연봉의 최대 50%인 상한을 충족할 경우, OPI로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약 조인식’. <사진=삼성전자>
신설된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지급 상한도 없다. 성과급 재원은 전체의 40%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에, 나머지 60%를 사업부에 배분한다. 사업부 몫의 재원 중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이 되는 사업 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57조원의 10.5%인 37조485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37조485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4조9940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064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1억9207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1조9240억원이다. 이는 DS 부문 내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독식할 공산이 크다.
주목할 점은 적자 사업부도 억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DS 부문 공통 재원에서 지급되는 특별 경영 성과급 덕분에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LSI시스템 등 비메모리도 2억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나 DX 부문은 기존 OPI밖에 받지 못한다. 만약 연봉이 1억원인 직원의 경우, 연봉의 최대 50%인 상한을 충족하더라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 따라 DX 부문에 지급되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포함하더라도 6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DX 부문 직원은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 직원보다도 턱없이 적은 성과급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DX 부문은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 DS 부문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명구 삼성전자 DS피플팀장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5월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실망감을 느낀 조합원들은 ‘노조 탈퇴’라는 행동으로 초기업노조에 대한 불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5만6450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전체 임직원 수의 절반인 6만4440명 대비 8000명 가량이나 모자란다. 이에 초기업노조는 단일 과반 노조 지위를 잃게 됐다.
사측과의 임금 교섭 당시 한때 7만6000여 명을 넘겼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지난달 20일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같은달 28일 7만명 선이 붕괴됐고, 약 일주일 만에 1만명 넘는 조합원들이 이탈했다.
이로써 지난 4월 중순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 노조 및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한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내려놓으며, 근로자 대표로서의 독점 지위를 상실했다.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노조 내에 잡음이 일자, 최 위원장은 조합원 대상 재신임 투표를 통해 판도를 뒤집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최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재신임을 무난히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DX 부문 소속 조합원들이 노조를 떠나면서 남아 있는 조합원 대다수가 DS 부문 소속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최 위원장이 재신임을 받을 경우, 초기업노조의 운영 방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말 ‘향후 교섭 및 조합 운영 방향 안내’에서 “앞으로 교섭은 초기업노조 내에서 DS 부문과 DX 부문, ‘투트랙 체계’로 분리해 각 부문의 특수성과 현안을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집행부도 분리(DS 5명, DX 3명)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가운데)이 5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발언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날 최 위원장은 지난달 말보다 더 강경해진 입장을 내보이며, ‘DS 부문 챙기기’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재신임될 경우, 2027년 임금 교섭에서 DS 부문을 우선으로 할 것이다”며 “DS·DX 부문의 교섭 단위 분리와 DS 부문 위원회 구성,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섭 단위 분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교섭 대표 노조 지위를 확보해 공동교섭단이 아닌 초기업노조만의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초기업노조가 DS 부문만을 위한 노조로 변모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삼성전자 내 노노 갈등은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 내 2·3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 등에 DX 부문 소속 직원들이 다수 합류한 만큼,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금·단체 협상에 앞서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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