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기판·실리콘 캐패시터 ‘삼각편대’ 뜬다”…삼성전기, AI 부품 공략 ‘폭풍질주’

시간 입력 2026-06-14 09:00:00 시간 수정 2026-06-12 17: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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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글로벌 고객사와 1.5조원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 체결
AI 반도체 전력 안정화 핵심 부품…MLCC 대비 얇고 전압 범위 안정성 높아
MLCC·기판·실리폰 캐패시터 삼각편대 완성…“AI 종합 솔루션 공급자 도약”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빌딩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은서 기자>

삼성전기가 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시는다. AI 인프라 확대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MLCC(적층세라믹캐퍼시터)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실리콘 캐퍼시터를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체게를 구축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빌딩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설명회를 열고, 시장 현황과 향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캐패시터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하고, 불필요한 전기 노이즈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MLCC 역시 캐패시터의 일종으로, IT 기기와 생활가전,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기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사용된다.

삼성전기가 MLCC에 더해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AI 인프라 확대에 따라 소형화·고성능·고신뢰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캐패시터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 대비 전력 소모와 순간적인 전력 변동성이 큰 편이다. 특히 GPU(그래픽저장장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이 탑재되는 AI 서버용 패키지는 고집적·대면적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에 반도체 칩 가까이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기존 MLCC가 세라믹 유전체와 전극층을 적층해 용량을 확보하는 구조라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 기반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제작된다. 웨이퍼 표면에 미세 구조를 형성하고 , 내부에 유전층과 전극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MLCC 대비 얇은 두께로 반도체 패키지 내부에 탑재가 가능하며, 고밀도 집적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는 D램 제조에 활용되던 ISC 기술을 적용해 실리콘 웨이퍼를 깊게 가공하고, 표면적을 극대화함으로써 작은 면적에서도 높은 전기 용량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은 “실리콘 캐패시터는 단층으로 얇고 작게 만들 수 있고, 삼성전기만의 공법을 더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며 “얇아질수록 작은 스마트 기기에서도 용량 밀도를 높일 수 있어 더 작지만 더 강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리콘 캐패시터는 유전체 재료 특성에 따라 전압의 변화에 따른 용량 변화가 적고 내열성이 우수하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1.5V 환경에서 MLCC의 용량은 약 15% 감소하는 반면 실리콘 캐패시터의 용량 변화는 0.2% 이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주파 영역에서 전력 공급이 안정적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 대비 ESL(저항)이 100배 이상 낮아 급격한 전력 변동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와 GPU에서 발생하는 신호 손실과 노이즈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AI 서버가 주요 수요처지만 향후 자율주행, 항공우주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사진=김은서 기자>

다만,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MLCC를 대체하는 제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MLCC는 고전압·고용량 구현에 강점을 갖고 있고, 실리콘 캐패시터는 초박형 구조와 고주파 특성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AI 서버와 같은 고성능 시스템에서는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를 함께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그룹장은 “실리콘 캐패시터를 처음 도입할 때 내부적으로도 MLCC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 시장 흐름으로는 실리콘 캐패시터와 MLCC가 상호적으로 시장을 이끄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응용 분야를 더 넓히고,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기술 난도가 높아 일본 무라타, 대만 TSMC 등 소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경쟁사 대비 자사만의 강점으로 MLCC와 패키지 기판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조했다. 기존 MLCC 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패키지기판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 부품 솔루션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부품 간 최적화 절차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설계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사 맞춤형 설계 역량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실리콘 캐퍼시터는 적용 분야에 따라 크기와 두께, 용량 등을 조정할 수 있으며 반도체 기판 아래 또는 패키지 내부 등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 적용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삼성전기는 반도체 공정 설계에 능숙하고, 고주파 솔루션, 5G 안테나 등 사업을 진행했다”며 “능력을 종합해서 커스터마이징을 빠르게 하고, 제품 출시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체결한 공급 계약을 발판 삼아 실리콘 캐패시터 라인업을 확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본격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20일 글로벌 고객사와 1조557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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