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미운 오리새끼’ 낸드도 다시 ‘날갯짓’…“전 세계 낸드 2개중 1개 ‘한국산’”

시간 입력 2026-05-26 17:22:41 시간 수정 2026-05-26 17: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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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구축 확대 추세…기업용 SSD 수요↑
삼성 낸드 시장 점유율 31.6% ‘1위’…SK도 17.6% 2위
글로벌 낸드 제품 2개 중 1개 ‘메이드 인 코리아’
고용량 QLC 기반 기업용 SSD 수요 꾸준
낸드 패권 쥔 삼성·SK…실적 개선 기대감 확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다시 날갯짓을 하고 있다. LLM(거대언어모델) 학습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 저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최소 올해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낸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낸드 호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낸드 시장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글로벌 톱5 낸드 업체 매출 합산이 389억370만달러(약 58조6162억원)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무려 83.7% 늘어난 수치로, 불과 1개 분기 만에 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올 1분기 주요 낸드 업체들의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AI 인프라 구축 확대 움직임으로 인해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한 때문이다. 

이에 따른 수혜는 삼성·SK이 사실상 독식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매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 104.7% 늘어난 135억1010만달러(약 20조3503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31.6%를 기록했다. 전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삼성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같은 기간 SK의 낸드 매출은 44.6% 증가한 75억3360만달러(약 11조3479억원)를 기록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17.6%로 조사됐다.

삼성과 SK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49.2%에 달한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는 낸드 제품 2개 중 1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삼성전자 1Tb Q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삼성·SK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AI 열풍으로 고성능 SSD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다.

그동안 낸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에 밀려 AI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요 빅테크의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SSD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동작하기 위해선 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공간이 요구된다. 이에 차선책으로 부상한 것이 고성능 SSD다.

주목할 점은 K-반도체가 고성능 SSD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낸드 업계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기술은 대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다.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9월 삼성전자는 초고용량 ‘1Tb 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같은해 4월 업계 최초로 ‘1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한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한층 고도화된 낸드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 9세대 V낸드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활용해 더블 스택 구조 중 업계 최고 단수인 280단대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 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 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또 셀과 페리(셀의 동작을 관장하는 각종 회로)의 면적을 최소화해 이전 세대 V낸드 대비 약 86% 증가한 비트 밀도를 자랑한다.

예측 프로그램 기술도 혁신했다. 이에 이전 세대 V낸드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 여기에 저전력 설계 기술로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약 30%, 50% 절감했다.

SK하이닉스 321단 2Tb QLC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첨단 낸드 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SK는 321단 2Tb QLC 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해당 제품은 원가 경쟁력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 대비 용량을 2배 늘린 2Tb로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낸드는 용량이 커질수록 하나의 셀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한다. 대신 메모리 관리가 복잡해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SK는 대용량화로 인한 성능 저하를 해결하고자 낸드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그룹의 단위인 플레인을 4개에서 6개로 늘려 더 많은 병렬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번 낸드는 용량이 확대됨은 물론 이전 제품 대비 성능도 더욱 향상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빨라졌고, 쓰기 성능은 최대 56%, 읽기 성능은 18% 개선됐다.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도 23% 이상 증가해 저전력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렇듯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삼성과 SK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기업용 SSD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낸드 시장에 훈풍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SK의 낸드 사업도 당분간 역대급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스마트폰·PC 수요는 둔화하고 있으나, AI발 서버 수요가 공백을 메울 것이다”며 “올해 주요 낸드 업체들은 신규 생산 능력을 거의 추가하지 않을 것이고, 가격 책정 전략을 통해 높은 ASP(평균 판매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말에는 200단 이상 제품이 시장의 주류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다”며 “생산 자원이 서버용 제품에 계속 집중되면서 고용량 QLC 기반 기업용 SSD의 시장 침투율이 높아질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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