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20일 극적 합의…‘억대 성과급 시대’ 열려
삼성 반도체 직원 성과급 잔치 속, 주주들 거세게 반발
“주주 동의 없이 세전 영업익 12% 성과급 연동 안 돼”
성과급 협상서 배제된 DX 부문, ‘상대적 박탈감’ 호소
‘적자’ 파운드리·LSI시스템도 성과급 2억 넘게 받을 듯
DX 부문은 최대 5000만원…600만원 자사주에 ‘허탈’
성과급 제도 개편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온 삼성전자 노사가 21일 예정된 대규모 총파업을 1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억대 성과급 시대’가 열렸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중심으로 최대 6억원의 성과급 시대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직원들이 축배를 들고 있는 사이, 주주들은 이번 노사 협상 잠정 합의안이 위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주의 동의 없이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는 주주 결집을 통해 삼성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성과급 잔치의 수혜에서 제외된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간 노조를 대표해 노사 협상에 임해 온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DS 부문의 보상 실리 챙기기에 급급한 채, DX 부문의 입장을 잘 대변하지 못해 왔다. 잠정 합의안에 따라 단 6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지급 받게 된 DX 부문은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 DS 부문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주주운동본부는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협상 잠정 합의안은 위법이다”며 “주주 총회(주총)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노사는 하루 전인 20일 밤 늦게 경기 수원 소재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는 그간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노사가 극적으로 타협을 이뤄낸 덕분에 가능했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한해 특별 경영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특별 경영 성과급의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으로 책정됐다. 지급 상한도 없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약 348조원의 10.5%인 약 36조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주주운동본부는 해당 재원의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목했다. 주주운동본부는 “OPI 1.5%, 특별 경영 성과급 10.5% 등 영업익의 약 12% 수준의 성과급 재원은 지급 시점이 세후라 하더라도 산정 기준이 세전 영업익의 일정 비율인 이상 위법성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의 영업익 배분 질서 1원칙(세금 우선), 2원칙(자본 충실), 3원칙(주주 귀속) 등 3단 원칙은 어느 하나라도 우회할 경우, 상법 위반 또는 위장된 위법배당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부연했다.
주주운동본부가 내세운 위법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영업익은 법인세 등을 먼저 공제한 후 분배의 대상이 된다. 이에 세금 징수 전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것은 국가의 조세권을 우회한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다”고 한 발언을 위법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상법 462조 1항이 규정한 배당 가능 이익 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 외부로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주주에 대한 배당금이 산정되기 전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정된 배당 가능 이익의 분배권도 위험과 손실을 부담해 투자한 주주에게 귀속되기에 주총을 거쳐 성과급을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며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키로 한 것 아니냐는 게 주주들의 입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그럼에도 잠정 합의안을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한 잠정 합의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이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 배상 청구 대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는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주주운동단체는 주총 결의를 생략한 단체 협약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및 무효 확인의 소, 위법 파업 참가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 각종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주주 결집에도 나서기로 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날부터 주주운동본부와 삼성전자 주주 일동은 전국 단위 주주 결집에 즉시 돌입할 것이다”며 “주주 명부 열람을 통해 주주 서한을 보내고, 단체의 네이버 카페 및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 등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송인단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소송 관련 비용도 주주 모금 절차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주뿐만이 아니다. 이번 잠정 합의안을 두고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라도 DS 부문과 DX 부문 간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DS 부문 직원이 최대 6억원가량 성과급을 받게 된 것과 달리, DX 부문 직원은 약 6000만원 정도의 성과급을 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특히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가 억대의 성과급을 지급 받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양호한 실적을 거둔 DX 부문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DX 부문 직원들의 허탈감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분위기다.
실제 잠정 합의안에 따라 DS 부문 직원들은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의 40%를 똑같이 나눠 받는다. 흑자 사업부든 적자 사업부든 차별 없이 모두 받을 수 있다.
만약 사업 성과를 영업익으로 삼을 때,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익 전망치 약 348조원의 10.5%인 약 36조원이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이다. 이 중 40%인 약 14조4000억원은 DS 부문 전 직원에게 균등 배분된다. 이를 DS 부문 직원 수인 7만8064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1억8446만원씩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 뿐만 아니라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LSI시스템 직원들 모두 2억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 받는 셈이다. 여기에 기존 OPI까지 받을 경우 DS 부문 직원들은 최소 2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DX 부문은 기존 OPI만을 받는다. 만약 연봉이 1억원인 직원의 경우, 연봉의 최대 50%인 상한을 충족하더라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 따라 DS 부문에 지급되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포함하더라도 6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DX 부문 직원은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 직원의 4분의 1 수준의 성과급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DX 부문 직원들은 상당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다들 삼성전자의 DS와 DX 부문은 다른 회사라고 생각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대표 노조인데, DS의 성과급만 얘기하고 있고, DX를 위한 내용은 없다”며 “초반에 ‘원(One) 삼성, 하나의 삼성’이라더니, 이젠 DS와 DX는 다른 회사니 성과급 전사 공통 재원을 책정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근데 웃긴 건 DS가 대형 적자일 때, DX에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해 왔다”며 “대외적으로 재무나 투자는 DS와 DX 통합 기준인데도, 성과급 전사 공통 재원 얘기만 하면 다른 회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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