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파업 위기] “적자 사업도 성과급, 경영 훼손 심각”…반도체 생산 차질 현실화 “AI 공급망 대란 온다”

시간 입력 2026-05-20 17:37:39 시간 수정 2026-05-20 17: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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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18~20일 추가 사후 조정 협상 불구 최종 결렬
성과급 제도 개편 놓고 대치…특히 성과급 배분 비율 진통
노조 ‘부문 70:사업부 30’ vs 사측 ‘부문 60:사업부 40’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적자 사업부에 억대 보상 가능성 커
대규모 총파업 현실화…삼성전자 직원 67%, 노조 조합원
정부, 파업 직전까지 막판 중재 지속…노동부 장관 직접 조율

삼성전자 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호소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타결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노조가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대규모 총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인 삼성이 파업 리스크로 다시 ‘반도체 패권’을 내줄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으로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수십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추가 사후 조정 절차를 통한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은 무려 사흘 간 진행됐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8시간 반가량 열렸던 첫 번째 회의에 이어, 19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두 번째 회의는 당초 종료 시한을 넘겨 20일 오전 0시 30분까지 14시간 30분가량 계속됐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개최된 세 번째 회의는 2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이날 회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종료되자 삼성전자 노사가 대타협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도 있었으나, 결과는 ‘최종 결렬’이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노위는 이날 정오께 삼성전자 노사의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20일 삼성전자 노사에게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해당 조정안에 대해 노측은 수락했고,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라고 말하며 서명하지 않아 추가 사후 조정은 불성립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정안을 거부한 사측에 책임을 돌렸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중노위 진행에 의해 추가 사후 조정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19일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이에 중노위원장이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려던 찰나,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여명구 삼성전자 DS피플팀장 부사장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해 이날까지 연장됐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에도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삼성전자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이 종료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예정대로 하루 뒤인 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파업 강행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고수해 온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 번째 회의가 끝난 후 입장문을 내고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이 종료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여명구 DS피플팀장 부사장(가운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마친 후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여명구 DS피플팀장 부사장(가운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마친 후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는 사흘에 걸친 추가 사후 조정 협상 동안, 성과급 재원,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큰 틀에서 의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을 두고는 줄곧 평행선을 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과 관련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중 70%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 전체가 나눠 갖고, 30%는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해 달라고 했다. DS 부문 공통 재원으로 70%를 설정함으로써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LSI시스템 등도 적지 않은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조가 요구한대로 성과급 재원을 ‘부문 70:사업부 30’의 비중으로 나눈다면, 오랜 기간 적자 기조를 이어 온 파운드리·LSI시스템사업부는 성과급 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를 누리게 된다. 올해 1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53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같은 호실적을 사실상 메모리사업부가 모두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소 올 하반기까지 메모리사업부의 독보적인 흑자 기조 아래,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등의 적자가 장기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DS 부문 연간 영업익 전망치는 346조710억원로 추정된다.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한다면 무려 51조9107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부문 공통 재원 비율인 70%에 해당하는 36조3375억원을 DS 부문 직원 수인 7만8064명으로 나눌 경우, 메모리사업부는 물론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직원들도 1인당 약 4억6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 받게 된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율이 지나치게 클 경우, 적자 사업부가 흑자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해 왔다.

대신 사측도 크게 양보한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6~1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에서 노조와 함께 추가 사후 조정 협상 전 사전 미팅을 갖고, DS 부문이 영업익 200조원을 넘길 경우,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OPI(초과이익성과급) 외에 영업익의 9~10%를 추가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해당 재원을 DS 부문에 60%를 책정하고, 나머지 40%는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서로 요구하는 바가 워낙 달라, 노사는 타협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중노위가 노사에 제시한 조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노조는 조정안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재차 내놓은 반면, 사측은 조정안 수용에 유보의 뜻을 내비치며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조정안에는 노조의 요구안이 상당부문 반영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사후 조정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삼성전자는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장장 18일 간에 걸친 총파업이 본격화하면,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의 교섭력도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7만985명에 달한다. 또한 19일 오전 9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5123명이다. 이에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8만6000여 명을 웃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약 67%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사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는 총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회사를 겁박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떠안게 될 피해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사태의 심각성이 급격히 고조되자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 전 마지막으로 노사가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막판 노사 협상을 재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나서 노사 양측의 의견 조율에 힘쓰기로 했다.

김 장관은 마지막까지 노사 양측의 대화를 유도하고 타결을 촉진한다는 입장이다. 홍경의 노동부 대변인은 “마지막까지 삼성전자 노사 자율 교섭으로 해결되도록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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