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논란]② 총파업 하루에 메모리 62억개 ‘펑크’ 우려…“‘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회, 날려 보내나”

시간 입력 2026-05-07 07:00:00 시간 수정 2026-05-07 08: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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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노조·전삼노, 21일부터 대규모 총파업 강행
메모리 칩 생산 중단… 전 세계 AI 공급망 위기 촉발
생산량 50% 감소 시 18일 간 약 558억개 공급 차질
노조 요구 성과급 50조원 육박…국민적 비난 여론↑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개편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이 2주 앞으로 다가 왔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장장 18일 간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극심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첨단 칩을 제때 양산하지 못하면 출하 지연 등에 따른 신뢰 추락, 고객사 수요 이탈 등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파업과 관련한 위기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완고한 입장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으로 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노조가 적잖은 성과급을 받아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한다.

다만, 당초 공동투쟁본부에 몸담았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2026년 임금 교섭 공동교섭단 종료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동행노조측은 “우리 노조가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귀 조합(초기업노조·전삼노)에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는 등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우리 노조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과 현실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행노조가 불참하더라도 공동투쟁본부의 힘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6일 오전 8시 기준 7만4215명이다. 같은날 오후 1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7655명이다.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9만여 명을 웃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약 71%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다. 2300여 명의 동행노조가 공동 대응 의사를 철회하고, 초기업노조·전삼노 조합원들의 탈퇴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공동투쟁본부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셈이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직원 10명 중 7명을 거느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파업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사업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이미 노조는 총파업 기간 동안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사실상 겁박하고 나섰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단 하루의 총집회만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량 58% 감소, 메모리 생산량 18% 감소 등 결과를 만들었다”며 “그간 모든 성과를 오로지 시황만으로 판단해 온 경영진은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이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총집회에는 경찰 및 노조 추산 4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단 하루, 일부 인력의 이탈로 반도체 양산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는데, 18일에 걸친 총파업에 대다수 조합원들이 동참한다면, 삼성이 떠안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메모리 생산량은 1Gb 환산 기준 2조2459억809만개에 달했다.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 삼성 반도체공장은 지난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내내 가동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1일 메모리 생산량을 단순 계산해보면 약 61억5317만개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와 동일한 생산라인이 가동된다고 가정할 때, 총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설 경우 하루에 62억개에 달하는 메모리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반도체공장이 완전 가동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총집회 당시 생산 차질 정도를 감안한다면, 실제 총파업이 초래할 피해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파업으로 메모리 생산량이 반토막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 약 31억개의 메모리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총 18일의 총파업 기간 동안 메모리 생산 피해 규모를 단순 계산해보면 약 558억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매출액은 104조812억원이었다. 이에 메모리 558억개의 메모리 양산 차질로 삼성이 떠안게 될 피해액은 약 2조5835억원에 달한다. 값비싼 HBM(고대역폭메모리) 위주로 제조에 타격을 입는다면 피해액은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결국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첨단 칩 생산 차질로 인한 천문학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도 노조의 총파업 경고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 규모가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각각 4%, 3%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다음달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메모리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와 가격 상승 압력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파업이 18일 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조의 파업 리스크는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총파업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인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의 요구에 최 위원장은 “DS 부문의 80%가 조합원이지만, 사측은 나머지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근무를 편성할 수 있다”며 “노조도 협의해 당연히 안전 시설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업을 할 예정이다”고 일축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건 등을 담은 성과급 제도 개편 요구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는 332조1079억원에 달한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한다면, 총 49조816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5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단순 계산해보면 1인당 약 3억8653만원을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그간 노조가 적잖은 성과급을 받아온 만큼,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선 적은 성과급을 받는 것 같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성과급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OPI(초과이익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OPI는 사업 부문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DS 부문의 경우,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반도체 한파’로 OPI 지급률이 ‘0(제로)’였던 2024년도 성과급을 제외하고 최근 5년 간 성과급은 거의 최대치인 50%를 수령해 왔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7700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DS 부문의 OPI를 단순 계산해보면 약 3620만원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을 과하게 요구함에 따라 귀족 노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3%는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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