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완납]② 이재용, ‘물산·생명·전자’ 지배구조 혁신 ‘속도 내나’

시간 입력 2026-04-07 07:00:00 시간 수정 2026-04-07 08: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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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 ‘홍라희→이재용’
李, ‘그룹 중심 축’ 삼성전자 직접 지배력 강화
洪, ‘실질적 지주사’ 삼성물산 지분도 증여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구조 완성
“2026년은 이재용 ‘삼성 책임 경영 원년’”
‘뉴 삼성’ 비전 속 등기 임원 복귀는 ‘숙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가 5년여 간 이어져 온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총 12조원대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를 모두 완납하면서 삼성가는 ‘이건희 유산 정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상속세 완납을 계기로, 삼성은 명실공히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모두 마무리 짓게 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재용 총수 일가의 상속세 납부 과정과 지분 변동 내용, 그리고 삼성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삼성 오너 일가가 12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이달 완납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특히 어머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의 든든한 후원과 지원이 더해져,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 경영에도 한층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데 이어 이달 중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 부담까지 털어낸 이 회장은 ‘뉴 삼성’ 비전 실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수는 9741만4196주로, 2021년 이후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확보했던 홍 명예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과 달리, 이 회장은 단 1주의 주식도 처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은 삼성전자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보통주)은 1.65%다. 2021년 1.63%와 비교하면 0.02%p 늘어난 수치다. 이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따른 지분율 변동이 반영된 것으로, 보유 주식 수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에는 홍 명예관장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였다. 2021년 말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3%로, 이 회장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팔면서 지분율이 낮아졌다. 이에 지난해 말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1.49%를 기록했다.

홍 명예관장은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를 매각했다. 신한은행과 함께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에 대한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계약 규모는 계약일인 1월 9일 종가 13만9000원 기준 2조850억원에 달한다. 처분 기한은 오는 6월 30일까지로, 매각이 완료되면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23%로 더 낮아진다.

삼성가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재용 중심의 지배구조’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맨 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11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이지호 신임 소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그룹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1월 2일부로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기존 19.76%에서 20.82%로, 1.06%p 늘었다. 홍 명예관장이 자신의 삼성물산 주식 전량(180만8577주)을 이 회장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해당 주식은 홍 명예관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서 법적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 받은 것이다. 증여일인 1월 2일 종가가 24만5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여된 주식 가치는 4431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홍 명예관장의 삼성물산 주식 증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머니인 홍 명예관장이 장남 이 회장에,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전량 증여한다는 것은 ‘이재용 체제’ 안정화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의 지배구조는 그룹 내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지분율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지분 5.05%를 갖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 8.61%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도 산하 전자 및 바이오 계열사들을 두루 거느리고 있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이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회장은 홍 관장으로부터 증여 받은 지분을 포함해 총 20.82%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다. 이 회장은 이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그룹 내 모체격인 삼성전자도 지배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지배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1.67%에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산하더라도 4.71%에 그친다.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향후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책임 경영에 더 힘을 쏟기 위해선 보다 더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데에는 상당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19만31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지분 1%(약 5919만6379주)를 추가 확보하는데에만 11조4308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 명예관장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의 간접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증여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7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상속세까지 완납함에 따라, 경영 리더십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던 현안들을 말끔히 해소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간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뉴 삼성 비전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지난 2020년 10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처음 시작된 이후부터 지난해 2월 1심 선고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110여 차례의 심리가 열렸다. 이 중 이 회장은 총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9월 이후 총 네 차례의 항소심 공판과 결심 공판, 그리고 올 2월 2심 선고 공판까지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바람에,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지속 투자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회장의 경영 부재는 삼성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은 삼성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사법 리스크와 상속세 부담에서 모두 벗어난 이 회장은 이제 ‘뉴 삼성’ 재건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올해가 이 회장의 ‘삼성 책임 경영 원년’이 된 가운데,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기 위한 지배구조 혁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잇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책임 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등기 이사 재선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 회장이 등기 임원으로서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 책임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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