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지쓰, 1.4나노 AI 반도체 개발…K-반도체 ‘발등의 불’ 떨어졌다

시간 입력 2026-04-01 17:31:07 시간 수정 2026-04-01 17: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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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쓰, 추론용 AI 칩 NPU 개발 추진…“저비용·저전력·고성능”
日 라피더스서 위탁 생산 검토…일본, AI 반도체 굴기 본격화
AWS·MS·퀄컴 등 빅테크, 자체 NPU 확보…주도권 다툼 치열
K-반도체, AI 칩 역량 제고 시급…정부 “국산 NPU 적극 육성”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일본 기업들이 AI 칩 경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다툼이 더 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본 정보통신 업체 후지쓰는 초미세 공정 기반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빅테크에 이어 일본 기업까지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K-반도체도 서둘러 첨단 AI 칩을 개발해 경쟁구도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후지쓰는 선단 공정인 1.4나노(1nm는 10억분의 1m) NPU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AI 반도체인 NPU는 학습용과 추론용 중 추론에 최적화된 칩이다. 주로 IT 기기용 SoC(시스템온칩)에 장착돼 고도의 AI 서비스를 구현한다.

엔비디아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GPU(그래픽처리장치)는 AI 모델의 학습 과정과 추론 과정을 모두 지원하지만, 그 구조상 학습에 최적화돼 있다. 더구나 추론할 때는 학습할 때만큼 엄청난 연산을 요구하지 않는 탓에 추론용 AI 칩으로 고스펙의 GPU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또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소모량이 많다는 것도 GPU의 단점이다.

이를 대체할 AI 반도체로 각광 받는 제품이 바로 NPU다. GPU에 비해 범용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나, 추론에 특화돼 저비용·저전력이면서도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후지쓰는 개발한 1.4나노 NPU를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첨단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지난 2022년 11월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기업 8개사가 공동 설립한 반도체 기업이다. 

후지쓰 CI. <사진=연합뉴스>
후지쓰 CI. <사진=연합뉴스>

후지쓰가 초미세 공정 기반 NPU 개발을 공식 발표하면서, 사실상 일본도 AI 반도체 굴기를 본격화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1980년대 전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일본산 반도체 매출 목표를 2030년 15조엔으로 삼았다. 또 10년 뒤인 2040년엔 40조엔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 경제산업성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기로 했다. 앞서 2024년 11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AI 분야에 수년 간 10조엔(약 94조7810억원)을 공적 지원하키로 결정했다. ‘AI·반도체 산업 기반 강화 프레임’이라는 명칭의 지원 계획은 2030년 회계연도(2030년 4월~2031년 3월)까지 지속적으로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1.4나노 NPU 개발을 주도하는 후지쓰도 적지 않은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빅테크가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AI 칩 시장에 후지쓰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AI 반도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빅테크는 NPU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체 칩을 개발한 상태다. AWS(아마존웹서비스)는 ‘트레이니움(Trainium)’, MS(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아(Maia)’를 개발해 AI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퀄컴은 AI PC용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시리즈,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용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NPU를 장착했다.

주요 빅테크들이 NPU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후지쓰가 선단 공정인 1.4나노 NPU를 앞세워 추격의 속도를 올리면서, AI 반도체 시장은 치열한 전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성규 리벨리온 CFO,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3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신성규 리벨리온 CFO,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3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반도체도 차세대 NPU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국산 NPU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NPU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GPU 대신 차세대 NPU 기술을 확보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하드웨어 구매 비용을 충당하고, 기업 컴퓨팅 자원 제공 등에 연간 10조원씩, 향후 5년 간 총 5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산 NPU를 공공 부문에 우선 도입하고,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국산 NPU 비중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K-반도체에 대한 실질적 자금 지원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AI 반도체 업체 리벨리온에 2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투자는 국민성장펀드가 추진하는 1차 메가 프로젝트 중 네 번째 승인 안건이자, 직접 투자 방식으로는 첫 번째 사례다.

기금운용심의회는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하는 형태로 지원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일정한 조건 하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동시에 가지는 우선주다.

리벨리온은 이번 투자를 포함해 민간 자금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올 7월로 예정된 2세대 AI 칩 ‘리벨100’의 양산과 차세대 칩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리벨100은 메모리 대역폭의 한계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를 탑재했다. 또 고효율 연산 장치, 레고 블록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칩들을 연결하는 첨단 칩렛(Chiplet) 패키징 기술을 사용하는 등 차별화된 아키텍쳐를 통해 연산 처리량 및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국내 NPU 업체가 겪는 자금 조달의 한계인 ‘데스밸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장기 인내 자본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 재무 환경을 제공하고, 국내 기업들이 자본 공백 없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에도 K-엔비디아 프로젝트 대상 기업을 추가로 발굴해 국내 유니콘 기업이 데카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지원을 계기로 리벨리온은 국가 AI 주권 확보를 위한 키 플레이어의 하나로서 우리나라가 ‘세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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