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중동 전쟁에 역풍 맞나…카타르산 헬륨 수급 비상

시간 입력 2026-03-30 17:46:27 시간 수정 2026-03-30 17: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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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카타르 라스라판 산단 공격…LNG 생산 시설 피해
반도체 제고 공정 필수 소재인 헬륨 생산도 덩달아 중단
중동산 원료 의존도 높은 K-반도체, 첨단 칩 양산 빨간불
韓 헬륨 수입량 65% 카타르산…“삼성·SK 특히 위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K-반도체가 첨단 칩 생산에 필수 소재인 헬륨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헬륨 수급 대란이 불가피해 삼성·SK의 근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30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미국 복수 언론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중동 전쟁에 따른 헬륨 공급 차질로 원자재 수급 위기에 처했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단지(산단)를 공격하면서 가스 생산 시 부산물로 추출되는 헬륨 생산도 함께 중단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8일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를 폭격했다. 이에 이란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 에너지 시설을 보복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라스라판 산단 내 생산 시설이 다수 피해를 봤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헬륨 수출국인 카타르는 라스라판 산단의 정제 설비를 통해 글로벌 공급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월간 520만㎥ 규모의 헬륨을 생산한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으로 라스라판 산단 내 생산 시설은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와 관련,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의 사드 알카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피격으로 회사의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다”며 “이를 복구하려면 3~5년 걸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QE는 끝내 한국 등과 맺은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카다르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해당 선언으로 LNG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헬륨을 수급하는 데도 빨간불이 켜졌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정밀하게 냉각하는 필수 소재다. 사실상 대체재가 없어 식각(에칭)·증착·포토리소그래피 등 핵심 공정에서 헬륨의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헬륨의 핵심 수요자로 꼽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타르 등 중동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삼성·SK가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K-반도체의 주요 헬륨 수입국은 카타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헬륨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이로인해, K-반도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본거지인 한국이 헬륨 수입량의 3분의 2를 카타르에 의존해 온 만큼, 헬륨 공급 부족 사태에 가장 취약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다만 업계는 당장 K-반도체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앞서 확보해 놓은 헬륨 재고를 먼저 소진하며 첨단 칩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헬륨) 단기 공급은 충분한 상황이다”며 “기업들은 조달 경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 삼척시 인근 해상에 떠 있는 LNG선. <사진=연합뉴스>

K-반도체가 헬륨 수급난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나,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소재 특성상 기존에 비축해 둔 헬륨 재고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헬륨은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 컨테이너로 운송해야 하다. 게다가 저장 온도에 민감해 통상 한달 반 정도 물량만 비축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K-반도체의 헬륨 재고는 중동 전쟁 이전에 운송된 6주 분량 정도라는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주 내에 ‘헬륨 리스크’가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헬륨 수급 대란이 촉발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 양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AI 열풍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 중인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 충격을 안길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6.0%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32.1%였다. 이에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68.1%를 기록했다. 

핵심 AI 메모리로 자리매김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K-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굳건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9%, 삼성전자는 20%로 나타났다. 전 세계 HBM 5개 중 4개는 SK와 삼성 제품으로, K-반도체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헬륨 리스크로 인해 공장 가동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당장 HBM, 고부가 D램 등 칩 양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SK의 AI 메모리 리더십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라스라판 산단의 LNG 생산 설비 불가항력 선언으로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드론 및 탄도 미사일 공격으로 LNG 출하에 불가항력이 선언되면서 헬륨 생산 역시 전면 중단됐다”며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헬륨 현물 가격은 불과 2주 만에 70~100%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헬륨 공급 쇼크는 단순한 산업용 가스 가격 상승을 넘어 첨단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의 병목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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