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제국’ TSMC, 첨단 칩 생산 한계에 왔나…삼성 2나노 ‘기선 제압’, 빅테크 몰린다

시간 입력 2026-03-27 16:35:44 시간 수정 2026-03-27 16: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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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TSMC 생산 능력 한계…올해 공급 부족·출하 지연”
주요 빅테크 첨단 반도체 양산 ‘비상’…TSMC 대체 업체 물색
삼성 파운드리, 최적 대안으로 주목…2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
이미 테슬라·애플·엔비디아 등 빅테크 차세대 AI 칩 대량 생산
삼성전자, TSMC 물량 흡수 땐 파운드리 시장 위상 높아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브로드컴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대만 TSMC의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첨단 칩 수요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로드컴발 깜짝 소식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이 TSMC를 대체할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TSMC에 줄 섰던 고객사 물량을 삼성전자가 대거 흡수할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탄탄해질 전망이다.

2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나타라잔 라마찬드란 브로드컴 물리계층제품부문 마케팅책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SMC의 생산 능력은 사실상 무제한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한계에 부닥친 생산 능력으로 인해 올해 (고객사 물량의) 공급 부족·출하 지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광통신용 레이저 부품과 PCB(인쇄회로기판) 등에서도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며 “광트랜시버용 PCB 납기는 기존 약 6주에서 최대 6개월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브로드컴은 ASIC(주문형반도체)와 광통신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스위치 등을 설계하는 세계적인 팹리스 업체다. 설계를 마친 반도체 제품 대부분을 TSMC에서 위탁 생산한다. TSMC에 대한 양산 의존도가 매우 높은 탓에 파운드리 공정과 생산라인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요인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라마찬드란 책임자의 발언도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다.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당장 첨단 칩 양산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게 브로드컴의 입장이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TSMC 스스로도 한계를 시인한 바 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수요가 매우 강력해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이 타이트(tight)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TSMC는 생산 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 규모가 520억~560억달러(약 78조3692억~84조3976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TSMC는 “첨단 반도체 공급과 수요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규모 증설이 불과 몇 달 만에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공장을 짓는 것은 최소 2~3년, 길게는 10년가량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에 TSMC가 생산 능력을 확대해 고객사 물량을 양산하는 시점은 빨라야 2028~2029년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를 휩쓴 AI 열풍으로 인해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TSMC를 대신해 첨단 칩을 양산할 파운드리 업체를 찾는 빅테크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는 TSMC의 대안으로 삼성 파운드리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에 랭크돼 있다. 현재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빅테크의 첨단 칩을 양산 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같은해 8월엔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과 차세대 칩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최근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갈 ‘그록(Groq)3’ LPU(언어처리장치)를 삼성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렇듯 삼성전자가 주요 빅테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초격차’ 전략에 따라 파운드리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린 덕분이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삼성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2나노 공정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했다. 이에 최근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이 60% 이상으로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TSMC의 60~70%와 맞먹는 수치다.

양호한 수율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2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을 양산하며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본격 추진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및 HPC(고성능컴퓨팅) 응용처의 견조한 수요를 기반으로 고객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2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 양산이 시작되고, 4나노 성능 전력 최적화 공정을 준비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GAA 공정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삼성은 지난 19일 ‘2026년 삼성전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올해 11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연간 투자 규모가 100조원을 상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재원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DS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발언에서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전 부회장은 이달 18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DS 부문은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IDM(종합 반도체 기업)이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는 차세대 공정 경쟁력과 양산성 확보를 기반으로 2나노 시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다양한 AI 수요를 기반으로 선단 공정 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왼쪽부터)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3월 16~19일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 내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3월 16~19일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 내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사 물량을 대거 흡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9.4% 대비 2.2%p 줄어든 수치다.

삼성 파운드리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1위 대만 TSMC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9.9%로, 2024년 64.4% 대비 5.5%p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0%p에서 지난해 62.7%p로 확대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생산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TSMC를 대신해 고객사의 첨단 칩을 양산한다면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인 탓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며 “TSMC의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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