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5일 이천본사서 ‘제78기 정기 주총’ 개최
AI 메모리 역량 강화 위해 투자↑…재무 체력 제고 방점
연내 美 ADR 상장…대규모 투자 ‘물꼬’ 트나 관심 집중
‘제2의 TSMC’ 기대감 쑥쑥…‘SK=빅테크’ 인식 강화
100조원 이상 현금 확보…안정적 투자 기반 조성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한다. ADR 상장에 성공하면 해외 자본의 투자 기반이 대폭 확대돼 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SK의 기업가치를 단숨에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통해 오늘날 글로벌 시가 총액 ‘톱10’에 등극한 대만 TSMC의 성공모델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당장, 100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 강력한 재무 건전성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25일 SK하이닉스 이천본사에서 주주 및 주요 투자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78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을 개최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AI 메모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탄탄한 재무적 체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AI 기술 고도화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며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며 “AI 시대, 글로벌 고객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강화된 재무 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5일 SK하이닉스 이천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곽 사장은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상장을 낙점했다. SK하이닉스는 하루 전인 24일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 신청서(Form F-1)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ADR은 미국 외에 소재한 외국 기업이 미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한 증권이다. 예탁증서(DR)는 한 기업의 주식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하기 위해 발행하는 대체 증권을 뜻하는데, 미국에서 발행한 경우 ADR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연동됨과 동시에 미국 예탁기관에서 발행하는 ADR은 미 증시에 직접 상장된 주식과 큰 차이가 있다. 미 SEC의 까다로운 공시 기준 등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상장 절차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때문에, 해외 주요 가업들이 ADR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강자인 대만 TSMC가 미국 ADR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오늘날 글로벌 톱10 기업에 등극한 바 있다. TSMC는 대만 증시에 상장된 본국 주식과 별개로 이미 1997년 10월 미국 ADR 상장했다. 이를 통해 TSMC는 미국 및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래 문턱을 낮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TSMC 발행 주식의 80%는 대만 증시에, 나머지 20%는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TSMC 주식의 5분의 1이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기준(미국 현지시간) 미 NYSE 종가 기준 TSMC 시총은 1조7803억달러(약 2667조1972억원)에 달한다. 이는 엔비디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에 이어 세계 6위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TSMC의 이같은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미국 ADR 상장을 추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 자본을 직접 유치할 수 있는데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와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SK하이닉스=글로벌 빅테크’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앞서 ADR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기술 콘퍼런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 및 글로벌 주주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내 ADR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신 곽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ADR 상장 시점을 올 하반기로 짚었다. 곽 사장은 “현재 시점에서 발행 규모나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고, 상장 심사 절차가 시작된 만큼 국내외 법령에 따라 자세한 내용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 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25일 SK하이닉스 이천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SK하이닉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일각에선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화되는 신주 발행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추가 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기존 주주 희석화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ADR 상장으로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포럼은 “증권가에서는 ADR 발행 시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과 유사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이는 대단히 미숙한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DR 상장이 바로 주가 밸류에이션 레벨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거버넌스 개선이 전제돼야 주식 재평가 작업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포럼은 “SK하이닉스 발행 주식 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 소각하고, 대부분은 미국에 상장하길 권한다”며 “미국에 상장되는 ADR 규모가 200억~300억달러는 돼야 유동성도 있고, 상장지수펀드(ETF)의 편입도 이뤄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안정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현금 규모는 약 92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해 SK도 유사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SK하이닉스가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12조6944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5일 SK하이닉스 이천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안건 심의와 표결 등도 진행됐다. 안건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사내이사로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차선용 사장이 선임됐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최강국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김 사장은 지주사와의 원활한 소통 채널 확보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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