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천 한수원 사장 18일 취임…경영 공백 6개월여 만
신규 원전 건설·K-원전 수출 등 현안 해결 본격화할 듯
미 웨스팅하우스와 IP 합의 대응·한전과 갈등 해소 속도
원전 기술 전문성 부족·노조 반발은 극복해야 할 과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본사.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9월 이후 반년 간 공석이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자리가 마침내 채워졌다. 지난 18일부로 김회천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한수원은 신규 원전 건설, K-원전 수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IP(지식 재산권) 합의 대응, 한국전력(한전)과의 갈등 해소 등 그간 미뤄 왔던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김 사장이 원전 기술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이를 이유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 등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24일 업계에 다르면 김 사장이 한수원 사장 자리에 앉은 지 이날로 일주일이 지났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 18일 한수원 제11대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에 한수원은 6개월여의 길었던 경영 공백에서 벗어나 현안 처리에 속도를 내게됐다. 지난해 9월 황주호 전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임하면서 경영공백이 시작됐다. 한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황 전 사장이 사직서를 낸 것이다.
불공정 계약의 핵심 쟁점은 한수원과 한전이 향후 50년 동안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약 1억7500만달러(약 26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고, 약 6억5000만달러(약 9700억원) 규모의 기자재를 구매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다.
여기에 한수원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우크라이나, 일본 등 주요 지역에서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차세대 원전인 SMR을 수출할 때 미국측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황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한수원의 주요 사업과 경영 전략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체코·튀르키예 등과 원전 수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 내 신규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도 적극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기관장의 부재로 주요 사업 및 경영 전략 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뿐만 아니다.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IP 합의에 따른 조건상 제약을 극복할 대책 마련, 한전과의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1조4000억원 정산 문제 해결 방안 모색 등도 서둘러 진행해야 했으나, 결정권자가 없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렇게 반년가량 공석이었던 사장 자리에 김 사장이 새로 오르면서 한수원은 산적한 과제를 해소하는 데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게 됐다.
그는 지난 18일 한수원 경주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파도를 깨며 나아간다)’의 정신으로 함께 나가 세계 원자력발전 산업계에서 우뚝 서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안전 최우선 △가동 중 설비의 안정적 운영 및 효율성 제고 △차질 없는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사회적 수용성 확보 △원전 해체 안전성 및 기술력 강화로 신규 세계 시장 선도 △에너지 전환 시대의 미래 경쟁력 확보 △해외 사업 수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국민과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부터의 사랑과 신뢰 등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안전성 확보는 한수원 존립의 필수적인 가치다”며 “설비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되, 속도감 있고 안전한 건설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역과의 상생을 원칙으로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규 양수발전소의 적기 건설, 노후 수력과 양수발전소의 현대화에도 힘쓰자”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대형 원전과 SMR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으로 해외 원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미 수주한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수요국 맞춤형 수주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3월 18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IP 합의 대응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원전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해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불리한 조건을 타개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한전과의 갈등은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이 한전 출신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1985년 한전에 입사해 기획처장과 관리본부장, 경영지원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가천대 에너지IT학과 연구교수, 한국남동발전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이에 김 사장이 중재가가 돼 한전과 한수원 간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한동한 냉랭했던 한전과 한수원의 협력 체계가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 수출 체계 개편 등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정부는 올 1분기 내 해외 원전 수출 체계 일원화를 계획 중이다.
이렇듯 김 사장은 한수원의 당면한 숙제를 하나하나 해소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8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원전 기술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원자력 기술 전문가가 아닌 만큼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대다수가 기술 인재인 한수원 임직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도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실제로 그동안 한수원 사장은 대부분 원전 기술 분야 출신 인사가 맡아 왔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장 선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한수원 노조는 김 사장 취임 전 입장문을 통해 “원자력 전문성과 현장 이해를 갖춘 기술 전문가가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며 “원전 운영기관의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김 사장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사장은) 한전 및 남동발전 경력을 가진 관리형 인사일 뿐, 원자력 산업과 한수원 현장을 깊이 있게 이해해 온 기술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한수원 사장은 원전 안전과 계속 운전,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수출, 기술 인력 사기 진작, 조직 신뢰 등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며 “잘못된 인선은 조직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지난 13일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임시 주주 총회(주총)를 열고, 김 사장 선임을 의결했다. 이에 노조는 ‘사장 선임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고리 원전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같은 염려를 의식한 듯 김 사장은 취임 첫날, 출근과 동시에 노조 사무실을 찾아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사 협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 안보의 중심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와 사가 긴밀히 협력해 온 덕분이다”며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해 신뢰의 노사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그는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주요 현황을 보고 받고, 해체 작업 중인 고리1호기와 계속 운전을 위해 정비 중인 고리2호기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현장의 안전을 점검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경영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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