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 전년비 9%·6%씩 증가
메모리 가격·중동발 해상 운임 상승 겹쳐 원가부담 가중
양사 모두 긴축 경영기조 발동…“중동사태 장기화 시 부담 확대”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원바디' 결합형 세탁건조기. <사진제공=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최근에는 중동 전쟁 리스크에 따른 물류비 인상 압박까지 겹치며 국내 가전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가전수요 부진과 생산원가 부담 확대로 어려움이 컸던 K-가전이, 올해에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3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액은 99조9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생활가전과 TV, 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비중이 컸다. 반도체와 하만을 제외한 DX부문의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은 74조5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이 332조7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의 22.4%를 DX부문 원재료 매입에 지출한 셈이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원재료 매입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17조40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89조2009억원)의 19.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이 상승한 것은 고환율과 부품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DX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AP 솔루션 가격이 전년 대비 약 4% 상승했다. LG전자도 생활가전 원재료인 레진과 구리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3.0%, 8.1%씩 올랐다.
원재료 매입액이 늘어난 데다, 생활가전과 TV 수요가 위축되면서 양사 모두 가전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전자 DA(생활가전)·VD(영상디스플레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HS(생활가전)·MS(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 사업본부도 합산 영업손실 4326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MS사업본부는 2분기부터 적자를 지속하며 연간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이 폐쇄된 가운데 에미레이트 항공기들이 계류장에 세워져 있다. 그 뒤로 이란의 공격으로 발생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제공=AP·연합뉴스>
가전 업계에서는 올해도 TV·가전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호황으로 주요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세계 에너지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해운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16일 발표한 부산발 컨테이너 해상운임지수(KCCI)는 전 주(1767p)보다 6.3% 상승한 1878p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이후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3일 발표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전 주(1489.19p) 대비 14.9% 상승한 1710.35p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전업계에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업체별로 비용 절감을 위한 긴축 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회의에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수준의 비용 절감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사장급 이하 임원에 대해서는 10시간 미만 비행 시 이코노미 좌석 이용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기준도 조정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은 장기 계약으로 체결돼 있어 비용 상승이 즉각적으로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 영향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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