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 올라탄 삼성…‘AI 반도체 역량 제고’, 올해 110조 쏟아 붓는다

시간 입력 2026-03-20 15:58:00 시간 수정 2026-03-20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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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올해 연간 투자 규모 110조원↑…“사상 최대치”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 위해 기술 경쟁력 제고”
HBM4·HBM4E 등 차세대 AI 메모리 역량 강화 집중
2나노 GAA 공정 기반 파운드리 사업 성장도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슈퍼 사이클’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당분간 AI(인공지능)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란 낙관론에 힘입어,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한다. 삼성은 AI 반도체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올 한해 동안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붓는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6년 삼성전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올해 11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연간 투자 규모가 100조원을 상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투자 규모 100조원 시대’를 열기로 하면서 지난해 세웠던 사상 최대 투자액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시설 투자에 52조7000억원, R&D에 37조7000억원 등 총 90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해당 재원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DS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발언에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18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DS 부문은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IDM(종합 반도체 기업)이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3월 18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 총회’에 마련된 AI 반도체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은 핵심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 받는 6세대 ‘HBM4’와 7세대 ‘HBM4E’에 중점 투입될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HBM4 패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12일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당초 시장에는 삼성이 지난달 중순경인 설 연휴 이후 HBM4를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공급 일정을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며, HBM4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5세대 ‘HBM3E’의 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삼성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 D램 및 파운드리 4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HBM4E 실물 제품. <사진=삼성전자>

자체 파운드리 공정과 HBM 설계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압도적 성능의 HBM4 성능을 구현한 삼성은 올해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시대를 선도한다는 포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시대, 신규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ASIC(주문형반도체) 시장을 목표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HBM4를 적기에 대량 공급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고 자신했다.

이뿐만 아니다. 차세대 HBM4E 분야도 빠르게 선점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6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에 참가했다. GTC는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개발자들이 참여해 AI 및 가속 컴퓨팅 분야의 최신 기술과 산업 방향성을 공유하는 글로벌 AI 콘퍼런스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기업, 연구원, 개발자, 학생, 취재진 등 3만명 이상이 찾은 올해 GTC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HBM4E 때문이다.

삼성은 별도의 전시 공간인 ‘HBM4 Hero Wall’을 마련하고, HBM4E 실물 제품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달 12일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지 불과 한달 만에 차세대 HBM의 실물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인 것이다.

올 하반기 샘플 출하 예정인 삼성 HBM4E는 핀당 16Gbps의 전송 속도와 초당 4.0TB의 대역폭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신 제품인 HBM4의 핀당 13Gbps의 전송 속도와 초당 3.3TB의 대역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HBM4E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로직 설계 역량, 그리고 첨단 패키징 기술 등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 모든 역량이 결집된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첨단 AI 메모리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삼성은 올해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6세대 HBM4, 7세대 HBM4E 등 최첨단 제품의 성능·품질 우위를 확보하고,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LH와 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H는 산단 예정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토지 및 지장물(건물, 공작물, 수목 등)에 대한 보상 협의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728만㎡(약 220만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는 초대형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다. 투자 규모는 약 360조원에 이른다.

또 올 연말 가동 예정인 미국 테일러공장 건립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370억달러를 투자해 테일러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R&D 시설도 신축키로 했다.

여기에 업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 내 P4(4공장)의 공사 기간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P5(5공장) 구축을 위한 핵심 설비 공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한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은 선단 공정을 기반으로 한 삼성 파운드리의 핵심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알아본 글로벌 빅테크는 잇따라 삼성전자에 차세대 AI 칩 양산과 관련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내며 ‘파운드리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같은해 8월엔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최근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갈 ‘그록(Groq)3’ LPU(언어처리장치)를 삼성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한층 공고해졌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리더십을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차세대 공정 경쟁력과 양산성 확보를 기반으로 2나노 시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다양한 AI 수요를 기반으로 선단 공정 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한다는 포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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