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젠슨 황, 치맥 회동 후 밀월 깊어졌다”…삼성, 엔비디아용 LPU 양산·HBM4E 첫 선

시간 입력 2026-03-17 17:55:10 시간 수정 2026-03-17 17: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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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엔비디아 ‘GTC 2026’서 HBM4E 실물 첫 선
베라 루빈 탑재될 HBM4·4나노 베이스 다이 웨이퍼도 선봬
젠슨 황 “그록3 LPU, 삼성 파운드리서 제조…삼성에 감사”
메모리·파운드리 분야 협력 강화…삼성 반도체 재도약 가속화

HBM(고대역폭메모리)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밀월을 과시하며 ‘메모리 최강자’로 도약하고 있다. 삼성은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HBM 실물 제품을 공개하며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십 구축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위상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첨단 LPU(언어처리장치)가 양산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한층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에 참가했다. GTC는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개발자들이 참여해 AI 및 가속 컴퓨팅 분야의 최신 기술과 산업 방향성을 공유하는 글로벌 AI 콘퍼런스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기업, 연구원, 개발자, 학생, 취재진 등 3만명 이상이 찾은 올해 GTC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메모리,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해 온 결과물을 대거 뽐냈다.

먼저 삼성은 별도의 전시 공간인 ‘HBM4 Hero Wall’을 마련하고, HBM 기술 리더십을 조명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제품은 7세대 HBM인 ‘HBM4E’다. 삼성전자는 HBM4E 실물 제품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달 12일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HBM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지 불과 한달 만에 차세대 HBM의 실물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HBM4E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로직 설계 역량, 그리고 첨단 패키징 기술 등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 모든 역량이 결집된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HBM4E 실물 제품. <사진=삼성전자>

특히 삼성은 HBM4 양산을 통해 축적한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 기반의 기술 경쟁력과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 다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HBM4E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하반기 샘플 출하 예정인 삼성 HBM4E는 핀당 16Gbps의 전송 속도와 초당 4.0TB의 대역폭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최신 제품인 HBM4의 핀당 13Gbps의 전송 속도와 초당 3.3TB의 대역폭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달 HBM4를 양산 출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차세대 HBM4E을 공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GTC에서 ‘IDM(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삼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메모리, 로직 설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IDM만의 토털 솔루션을 통해 개발 효율을 강화함으로써 날로 고도화하는 HBM 시대에 성능과 품질을 압도하는 AI 메모리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이는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의 발표에서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 센터장은 GTC 2026 둘째 날인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특별 초청으로 발표에 나선다. 그는 AI 인프라 혁신을 이끌 엔비디아의 차세대 시스템 중요성과 이를 지원하는 삼성의 메모리 토털 솔루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3월 16~19일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 내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비단 메모리뿐만 아니다. 삼성 파운드리도 엔비디아의 러브콜을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16일(현지시간) GTC 2026 기조 연설에서 “‘그록(Groq)3’ LPU를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통합한다”고 선언했다.

LPU 256개를 하나로 구성한 LPX 랙이 통합됨에 따라 베라 루빈의 AI 성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란 게 황 CEO의 설명이다. ‘루빈’ GPU(그래픽처리장치)와 LPU가 각각 역할을 나눠,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대규모 연산은 GPU가 맡고 속도가 매우 빠른 LPU는 AI의 답변을 처리한다. 이에 베라 루빈의 효율은 극대화된다.

황 CEO는 “GPU와 LPU의 역할 분담을 통해 파라미터(매개 변수)가 조 단위인 최고급 AI 모델의 추론 처리량을 35배 개선하고, 저지연(low latency) 추론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록3 LPU가 차세대 AI 칩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LPU를 누가 양산하게 될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CEO는 그 주인공이 삼성전자라고 공식 발표했다.

황 CEO는 “삼성 파운드리가 우리를 위해 그록3 LPU를 제조하고 있다”며 “지금 최대한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해당 칩이 “올 하반기, 이르면 올 3분기께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3월 16~19일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 <사진=삼성전자>

엔비디아발 낭보에 삼성이 AI 칩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재도약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9.4% 대비 2.2%p 줄어든 수치다.

삼성 파운드리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1위 대만 TSMC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9.9%로, 2024년 64.4% 대비 5.5%p 증가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0%p에서 지난해 62.7%p로 확대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그록3 LPU가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평가는 급변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파운드리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이 테슬라 및 애플의 첨단 칩과 그록3 LPU까지 차질 없이 양산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0월 이른바 ‘깐부 모임’으로 명명된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에서 황 CEO와 양사 협력 방안을 모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엔비디아와의 밀월을 십분 강화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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