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경영공백에 중동 전쟁까지 ‘초비상’…미수금 14조에 LNG 수급난 ‘겹악재’

시간 입력 2026-03-16 17:14:30 시간 수정 2026-03-16 17: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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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수금 13조8649억원…부채비율도 397%
중동 전쟁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LNG 확보 위기
“재무 리스크 극복 시급한데 LNG 수급 대란까지”
새 수장 자리 공석에 당면 과제 극복 차질 불가피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지난해 12월로 공식 임기가 끝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신임 사장을 대신해 석달 넘게 직무를 대리하면서 경영공백이 장기화 하고 있다. 가스공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할 새 수장 인선이 지체되는 동안, 대내외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가스공사 내부적으론 지난해 말 기준 14조원에 육박하는 미수금과 400%에 달하는 부채 비율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진 데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산 LNG(액화천연가스) 수급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가스공사는 안팎의 과제를 해소하고 미래 사업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적임자가 서둘러 신임 사장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가스공사 매출액은 35조7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8조3887억원 대비 6.9%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연간 판매 물량은 2024년 대비 39만톤 증가한 3451만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평균 판매 단가가 8.3%(1.59원/MJ) 하락하며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2조1012억원으로, 2024년 3조34억원 대비 30.0% 축소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1490억원에서 1323억원으로, 무려 88.5% 급감했다.

가스공사의 실적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가스요금 지원금 증가 및 전년도 정산이익 감소로 일회성 영업익 감소분 3455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이자율 하락으로 도매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투자 보수가 859억원 축소됐다. 특히 해외 사업의 경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판매 단가 하락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가 지난해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전사적 과제 해소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단순히 수치만 살펴보면 가스공사는 수년째 영업 흑자를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1조2397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익은 2022년 2조4634억원, 2023년 1조5534억원, 2024년 3조34억원, 지난해 2조1012억원 등이었다.

이렇듯 해마다 수조원대의 영업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스공사의 경영 실적이 건실하다는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실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표면적으론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미수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폭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추후 회수할 목적으로 장부상 ‘자산’으로 구분하나, 실질적으로 아직 손에 쥐지 못한 무형의 금액이어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과 진배 없다.

미수금 중에서도 특히 민수용 미수금 규모가 엄청나다. 2021년 1조7656억원이었던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8조5856억원, 2023년 13조11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4년엔 14조476억원을 기록하며 14조원선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13조8649억원으로, 여전히 14조원에 육박했다.

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간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379%, 2022년 500%, 2023년 483%, 2024년 433%, 지난해 397% 등으로, 2022년을 제외하면 줄곤 300~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스공사는 천문학적 규모의 미수금과 400%에 달하는 부채비율 등 재무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강도 높은 재무 건전성 제고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 LNG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천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사진=연합뉴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됨에 따라 한국으로 들여와야 할 LNG 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가스공사에게는 큰 악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과 중동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 등에 대한 이란의 대응 공격이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선박들은 발이 묶인 상태다. 이에 당장 가스공사가 LNG를 수급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K-stat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전체의 약 20%였다. 구체적으로 카타르 15.3%, 오만 4.5% 등이다.

전체 수입 물량의 5분의 1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천연가스 비축량이 수일에 불과하다는 소식은 LNG 수급 대란이 촉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중동 사태 경제 대응 TF(태스크포스)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TF 간사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현재 LNG 비축량이 9일분 수준이다”고 말했다.

부족한 비축량에 LNG 수급난까지 이어지면서, 당정은 LNG에 대한 선제적인 수급 관리를 위해 석탄과 원전 발전량을 확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석탄 발전량을 설비 용량의 80%로 제한한 상한제를 해제하고, 수리 중인 원전 발전소를 올 5월 중순까지 조기 정비해 원전 이용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대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LNG 비축량은 적지만 올 12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업계 진정 시키기에도 나섰다.

당정의 설명대로 가스공사가 당장 LNG를 확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지난 14일 가스공사는 일본 JERA와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LNG 수급 관리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실질적 협력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원자재 값은 점진적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천연가스의 공급이 중단되면, 호주, 미국 등 타 LNG 생산국으로 수요가 몰려 천연가스 가격을 더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스공사의 원재료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이렇듯 가스공사가 재무 리스크 심화, LNG 수급난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란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강력한 의사결정을 통해 눈앞에 놓인 숙제를 풀어 나갈 사장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이어서다.

물론 지난해 12월 8일부로 기존 최연혜 사장의 공식 임기가 끝났으나, 차기 사장 부임 전까지 최 사장 체제가 유지되는 만큼,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더라도 당장 경영 공백이 초래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산적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앞으로의 가스공사를 이끌 새 수장이 중심이 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선 가스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 LNG 확보 등을 서둘러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다만 가스공사 사장 인선은 여전히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신임 사장 초빙 공고를 낸 가스공사는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했다. 그러나 산업통상부(산업부)는 이들 후보가 가스공사의 수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봤다. 산업부는 임원 후보자가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 재추천을 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 시행령 24조의 2를 근거로 재공모를 요청했다.

통상 사장 공모 절차가 4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 내 가스공사의 새 수장이 선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돼 왔다”며 “재무 위기 심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가스공사 신임 사장 인선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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