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램 시장 점유율 36.0%…SK에 내준 ‘세계 1위’ 탈환
AI 투자 확대 추세 속 메모리 수요 급증…D램 가격 급상승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겹호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올라 탄 삼성 반도체, 선두 자리 수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범용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탈환했다. 경쟁사에 내줬던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1년 만에 되찾은 삼성은 AI 열풍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는 AI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해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535억7800만달러(약 76조841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3분기 413억9900만달러 대비 29.4%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투자가 늘면서 HBM을 포함한 D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함에 따라 D램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전 제품군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감소하면서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45~50% 상승했고, HBM까지 포함한 평균 가격은 50~55%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D램 시장의 성장세 속 주요 메모리 업체 간 패권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D램 시장 1위는 최근 HBM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의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은 193억달러(약 27조7804억원)로, 3분기 135억달러 대비 무려 43.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32.6%에서 4분기 36.0%로, 3.4%p 높아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반면 SK하이닉스는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실패했다. SK의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은 172억2100만달러(약 24조7793억원)로, 3분기 137억5000만달러 대비 25.2% 늘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다.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33.2%에서 4분기 32.1%로, 1.1%p 축소됐다.
비단 트렌드포스뿐만 아니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이 SK하이닉스를 추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글로벌 D램 시장 최정상에 다시 오른 삼성은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거머쥐며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했다.
1992년 전 세계 D램 시장 1위에 등극한 삼성은 33년여 간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핵심 AI 메모리인 HBM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며 지난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 반도체의 자존심에 큰 흠집이 나는 순간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이 회장은 그룹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이 회장은 각 사업부를 일일이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올해도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경영진들을 향해 마냥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며 꾸짖었다.
그는 “숫자(실적·주가 등 수치)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7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도 소환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달라진 건 경쟁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를 접한 삼성은 반도체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을 빠르게 고도화하며 글로벌 D램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의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HBM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온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5세대 HBM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최근엔 최첨단 6세대 HBM ‘HBM4’ 패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12일 삼성은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는 삼성전자가 이달 중순경인 설 연휴 이후 HBM4를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은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공급 일정을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며, HBM4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전작 5세대 ‘HBM3E’의 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이에 삼성은 SK보다 먼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를 양산 출하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삼성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 D램 및 파운드리 4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HBM 경쟁력을 끌어 올린 삼성전자는 단숨에 글로벌 D램 시장 1위로 도약하게 됐다.
아울러 업계 최대 생산 능력을 토대로 범용 D램 판매를 크게 늘린 것도 선두 자리 탈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한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도 AI 열풍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 인상 추세 또한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들이 메모리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며 높은 가격도 수용하는 분위기다”며 “이에 다른 응용처도 현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 1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급증하고, 범용 D램과 HBM을 포함한 평균 가격은 80~85% 상승할 것이다”고 관측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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