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號, ‘괴물 칩’ HBM 생산 늘린다…‘AI 솔루션 제공 기업’ 도약 가속화

시간 입력 2026-02-23 16:44:03 시간 수정 2026-02-23 16:44:03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최태원, 20~21일 미국 워싱턴 D.C.서 열린 ‘TPD 2026’ 참석
“AI, 대전환 이끄는 핵심 동력…글로벌 산업 구조 근본 재편”
SK, AI 수요 증가 대응 위한 AI 솔루션 제공 기업 도약 목표
崔 “안정적 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 통한 AI 인프라 조성 중요”
HBM4 경쟁서 삼성에 밀린 SK, 생산량 확대해 위상 제고 박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월 20~21일 이틀 간 미국 워싱턴 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SK가 글로벌 AI 수요에 적기 대응하는 ‘AI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 개발, 이를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 및 AI 인프라 구축, AI 과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AI 활용 등을 가속화해 글로벌 AI 리더십을 한층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초로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한 삼성에 밀리는 분위기를 해소하고, ‘괴물 칩(monster chip)’ HBM의 생산량을 대폭 늘려 단숨에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간 미국 워싱턴 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 2026’에 참석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 지성 플랫폼이다. 2021년 시작된 TPD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환영사에 나선 최 회장은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AI를 지목했다.

최 회장은 “신기술은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변동성을 동반한다”며 “AI가 전 세계의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가 에너지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적기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회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경영진들로부터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이는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도약을 낙점한 최 회장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최 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확산의 걸림돌인 ‘수요, 공급의 불일치(병목 현상)’를 타개하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AI 수요 증가에 대응할 SK의 역할로 AI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당시 최 회장은 “AI는 스케일(규모) 경쟁이 아닌 효율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AI 솔루션은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AI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SK는 △메모리 반도체 △AI 인프라 △AI 활용 등을 AI 전략의 3대 축으로 꼽았다.

이 중에서도 AI 인프라는 고성능 AI 칩과 메모리 반도체가 온전히 성능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는다. 이에 SK는 AI 인프라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SK는 AWS(아마존웹서비스)와 진행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오픈AI와의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주력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막대한 에너지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그걸 만들어내는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는 기가(Giga) 단위의 전력을 요구한다”며 “데이터센터 하나에 원자력발전소 하나씩 매치해야 할 정도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K는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가장 효율적인 AI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월 20~21일 이틀 간 미국 워싱턴 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AI 인프라 구조 찾기에 힘써 온 최 회장은 이번 TPD에서도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회장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AI 산업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재난이 될 것이다”며 “에너지는 또 하나의 큰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큰 도전이다”고 힘줘 말했다.

또 최 회장은 최근 들어 AI가 금융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AI 경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AI 인프라 비용을 감당할 자본과 자원이 있어야 AI 솔루션을 확보하고 경쟁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며 “AI가 국가와 기업의 금융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와의 HBM4 주도권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것과 관련해선, 괴물 칩인 HBM 생산량을 확대해 SK하이닉스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이달 12일 삼성은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는 삼성전자가 설 연휴 이후 HBM4를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은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공급 일정을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며, HBM4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전작 5세대 ‘HBM3E’의 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이에 삼성이 SK보다 먼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를 양산 출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삼성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 D램 및 파운드리 4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HBM4 16단 48GB. <사진=SK하이닉스>

차세대 HBM 패권 다툼에서 삼성에 역전을 허용한 SK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에 처했다.

사안의 위중함을 읽은 최 회장은 지난 5일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한국식 치킨 가게 99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SK HBM4 출하와 관련한 막바지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최 회장과 황 CEO 간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으로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이 한층 탄력 받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SK가 HBM4 최적화 단계를 거쳐 이달 중 본격 출하할 것으로 점친다.

비록 삼성전자에 한발 뒤처지긴 했으나 SK하이닉스가 고객사와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우수한 생산 능력, 기술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한동안 HBM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4 물량의 약 70%는 SK하이닉스가 공급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30%였다.

이와 관련해 세미애널리시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차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접한 최 회장은 이번 TPD에서 HBM 생산량을 대폭 늘려 글로벌 시장에서 SK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HBM을 괴물 칩으로 칭하며 “가장 진보된 기술이다”고 극찬했다.

이어 “우리(SK하이닉스)는 더 많은 괴물 칩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괴물 칩이야말로 SK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다”고 말했다. HBM의 시장 마진율은 60% 정도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