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인화의 LG’, 구광모 손 들어줬다…LG 세 모녀에 승소, 지배구조 굳혔다

시간 입력 2026-02-12 17:30:00 시간 수정 2026-02-12 17: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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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상속회복청구 소송 원고 패소 판결…구광모 손 들어줘
“상속 재산 분할 협의서 적법하게 작성…기망 행위 없어”
구광모 ‘지분 리스크’ 해소…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탄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어머니 김영식 여사, 두 여동생 등 세 모녀가 3년여를 끌어온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구 회장과 세 모녀 간 상속 재산 분할 협의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구 회장의 지배구조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구 회장은 자칫 지주사 ㈜LG 지분율 감소로 LG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단숨에 해소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11일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이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자신의 상속 받을 권리를 침해 받은 상속권자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결국 3년여에 걸친 긴 법정 다툼은 마침내 끝을 맺었다. 앞서 지난 2023년 2월 세 모녀는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018년 5월 별세한 고 구본무 회장이 남긴 재산 규모는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대다. 이중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고,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씨 0.51%)와 고 구본무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 받았다.

상속 당시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세 모녀는 약 5년이 흐른 2023년 2월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했다”며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기 위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착오나 기망에 따른 합의는 효력이 없는 만큼 통상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각 1)에 따라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반면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다음 회장은 구 회장이 돼야 하며, 경영 재산을 모두 승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그룹 관계자 증언을 비롯해, 가족 사이의 합의 등을 토대로 세 모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실제로 2023년 11월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은 “LG가(家)에는 유언장을 쓰지 않는 관행이 있다”며 “그간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한 바 없고, 원고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세 모녀에게 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가 담긴 문서가 있다고 말하고, 2018년 6월에서 8월 사이 직접 보여드렸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입장을 살핀 법원은 이날 구 회장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세 모녀측이 재산 분할과 관련해 주장한 핵심 쟁점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회장과 세 모녀 사이 상속 재산 분할 협의서가 적법하게 작성됐다고 봤다. 고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원고들이 재무관리팀 직원에게 상속 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 받았고, 협의에도 직접 참여한 만큼 협의서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원고측 요청에 따라 협의서 내용을 변경하기도 했던 만큼 개별 상속 재산에 대한 원고들의 구체적인 의사 표시도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재무관리팀은 세 모녀의 위임을 받아 상속 재산 분할 협의서에 날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재무관리팀에 속았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유언장이 없더라도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담은 ‘유지 메모’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속 재판 분할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왼쪽)가 2022년 8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저신장 아동 성장 호르몬제 기증식’에서 한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복지재단>

나아가 재판부는 “설령 이들이 속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속 재산 분할 협의는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세 모녀가 협의 과정에서 각자의 개별 상속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겠다는 구체적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따라 협의가 이뤄진 만큼 기망 행위와 재산 분할 사이에 인과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처음에 구 회장이 주식을 전부 상속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 여사의 요청으로 일부 주식을 두 딸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협의서 내용을 바꾼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2차 변론기일 당시 하 사장은 “1·2·3차 협의안 모두 세 모녀에게 직접 가져가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며 “이를 받아들인 김 여사가 최종 협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설령 기망 행위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유지 메모의 존재나 개별 상속 재산이 경영 재산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두 딸이 주식을 분배받는 등 개별 상속 재산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 표시에 따른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이뤄졌으므로 기망 행위와 상속 재산 분할 협의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측의 상속회복청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척 기간을 넘겼다는 구 회장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회복청구는 권리 침해를 인지한 시점부터 3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 그보다 이전이면 청구는 각하된다.

재판부는 세 모녀가 2022년 이전에 상속권 침해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구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당시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로 이뤄졌다는 점이 법원에서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

구 회장은 소송에서 이기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지분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하게 됐다.

만약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면 구 회장은 상속 받은 ㈜LG 지분을 다시 분할해야 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11.28%를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누면 김 여사에 약 3.76%가 돌아가고, 구 회장과 두 딸이 각각 약 2.51%씩 받게 된다.

이럴 경우 ㈜LG에 대한 구 회장의 지분율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구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은 16.27%다. 고 구본무 회장에게서 상속 받은 지분이 8.76%가 아닌 2.51%라고 할 때, 구 회장의 ㈜LG 지분은 10.02%로 급감하게 된다. LG그룹에 대한 구 회장의 지배력이 큰 폭으로 약화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세 모녀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소하면서, 구광모 체제 안정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안정적인 지배구조에 힘입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AI(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육성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이날 판결에 불복한 세 모녀가 항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항소심, 심지어 상고심까지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구 회장의 지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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