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지주사 체제에 ‘빨간불’ … SK㈜, 지배력 50%→33% ‘급감’ 비상

시간 입력 2026-02-10 07:00:00 시간 수정 2026-02-09 17: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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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임박
자사주 소각시, 총수 ‘백기사’ 역할 담당 우호 지분 ‘소멸
SK㈜ 자사주 하락 폭 16.4%p 최대…소버린 사태 재연 우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주요 그룹 지주사들의 지배력이 수치상으로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의 지주사는 총수 일가가 그룹내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칫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업들이 자산처럼 보유하며 중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간주해온 자사주가 강제 소각될 경우, 대주주가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지분 범위가 급격히 줄어들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8개월 내 자사주 소각 의무화…백기사 활용 원천 차단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2~3월 중에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기주식은 1년 이내, 기존 보유분은 법 시행 후 18개월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주환원이라는 긍정적 측면 이면에, 자칫 기업 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자사주는 당초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시 우호적인 투자자나 전략적 파트너(백기사)에게 넘길 경우 의결권이 즉시 부활한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잠재적 방어 수단으로 분류해온 이유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 될 경우, 예비 의결권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SK 지주사 지배력 하락 ‘최대’… 자사주 많은 롯데보다 타격 커

CEO스코어가 지주사 체제를 갖춘  국내 15대 그룹 지주사를 대상으로 자사주 소각 전후의 지배력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의 지배력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42%이며, 자사주는 24.80%에 달했다. 현재는 자사주를 포함해 총 50.22%의 합산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전체 발행주식 수(분모)가 줄어들어 최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25.42%에서 33.81%로 높아 지지만, 대주주 입장에선 언제든 의결권을 부활시켜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24.8%의 자사주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자사주 의무화가 현실화 될 경우, 지주사의 실질 지배력은 현재 50.22%에서 16.41%p나 증발해 33.81%로 곤두박질 치게 되는 구조다.

SK 뿐만 아니라 자사주 비중이 높던 롯데지주도 지주사의 지배력이 기존에 70.96%에서, 자사주 소각 이후에는 59.94%로 급락 한다. 다만 롯데는 자사주를 제외한 순수 내부 지분이 43.45%로 탄탄해,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과반에 가까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어 SK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반면, 자사주 보유 비중이 0.02%에 그치고 있는 GS, 1.96%를 보유 중인 LG는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지배력 변동이 거의 없었다.

◆'소버린 사태' 악몽 재현 우려… 거부권 마지노선 '33.4%'도 위태

재계가 특히 SK그룹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낮은 직접 지분율(17.90%) 때문이다. 최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혹시 경영권 분쟁 시 그나마 최후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사주사 사라질 경우,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은 SK그룹 지주사인 SK㈜ 지분을 대량 매집해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바 있다. 당시 SK㈜는 보유 중이던 자사주 4.5%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SK㈜는 유사시 우군에게 넘길 수 있는 24.8%의 전략적 카드를 영구 상실하게 된다. 특히 향후 행동주의 펀드 등에 의한 공격시, 이를 방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과거보다 천문학적으로 치솟거나 실제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으로 급락한 지분율 33.4%로는 특별결의를 겨우 막을 수 있는 절대적으로 취약한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영향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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