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및 증시 부진으로 IPO 연기
여수신·순이익 등 외형 성장은 지속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또 연기했다. 증시 불황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수신 규모와 순이익 등 케이뱅크의 외형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장을 위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케이뱅크는 현재 추진 중인 IPO 일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IPO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1월 IPO 추진을 결의하고 그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3년 2월 돌연 상장 계획 철회를 공식화했다. 이후 지난해 1월 IPO 추진 안건을 다시 의결하고 9월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으나, 10월 공모를 철회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IPO 철회의 배경에는 증시 부진이 자리했다. 2023년 당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올해는 미 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국내 탄핵 정국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도 힘써 적정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24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836억원)을 넘어섰다.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74만명으로 전년보다 320만여명이 늘었다.
여·수신 잔액 성장으로 기초체력도 강화됐다. 지난해 3분기 말 수신 잔액은 22조원, 여신 잔액은 1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4%, 26.4% 늘었다. 플러스박스의 혜택을 강화해 수신 고객을 확보하고, 대환대출로 아파트담보대출 수요를 흡수한 덕분이다.

다만 ‘플랫폼’으로서의 매력이 있는지는 케이뱅크가 입증해야 할 과제다. 이미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당시 은행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하며 고평가를 받았다. 여·수신을 바탕으로 한 케이뱅크의 외형 성장이 시장에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카뱅 퍼스트(First)’ 전략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한 각종 서비스를 통해 친숙하고 편리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오프라인 채널 없이 비대면으로 영업을 영위하는 인터넷은행에게 플랫폼 경쟁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플랫폼 역량은 비이자 사업 성과와도 직결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카카오뱅크의 수수료순수익은 127억원, 케이뱅크는 -1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수수료비용이 늘었다는 점도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선제적으로 추진한 플랫폼 연계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영향도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시장에 주력해 고객과 자산 성장을 이어감으로써 혁신금융과 상생금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