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지난해 피해액만 4472억원…“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다”

시간 입력 2024-07-22 17:23:58 시간 수정 2024-07-22 18: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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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은행연합회-대검찰청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
심리적 불안 파고드는 보이스피싱 고도화…2030 대출사기 늘어
“은행·기관 예방책 개선했지만…범죄조직보다 효율성 떨어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민생경제를 위협하는 보이스피싱의 수법도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다. 노령층이 주 타깃으로 여겨지던 것도 옛말이다. 과거 주를 이뤘던 기관사칭 범죄는 줄었으나,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 사례는 크게 늘었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금융권은 기술 개발, 제도 개선 등으로 피해 구제와 예방책을 마련했으나,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범죄 조직에 비해 그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연합회와 대검찰청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범죄의 사회적 심각성을 조명하고, 금융회사·이동통신사 등 민간과 검찰·경찰 등 관계부처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술발전을 악용한 민생침해범죄가 국민들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도출돼 민생침해범죄를 근절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첫 발제를 맡아 보이스피싱 범죄 현황과 정부부처 대응의 한계점 등을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범죄수법이 고도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기관 종사자를 넘어 가족, 지인 등의 목소리까지 학습하고 최근에는 영상까지 동원해 사기행각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기관사칭형 △절실함을 노리는 금융지원 빙자형 △외로움을 파고드는 로맨스 스캠 등으로 분류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사람이 지닌 심리적 불안을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지난 2021년 7744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4472억원으로 줄었으나, 그해 말부터 증가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피해액은 2563억원으로 전년 동기(1713억원)보다 49.6% 늘었고, 피해건수는 8435건으로 14.6%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20~30대 대출사기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20~30대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나 파이어(FIRE·자발적 조기은퇴 및 경제적 자립)족 등 물질이나 부와 같이 ‘보이는 것’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 1965억원에서 은행권 피해액은 1418억원으로 전체의 72.1%를 차지했다. 보이스피싱 예방에 있어 은행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주요 은행들의 보이스피싱 대응 사례가 소개됐다. 신한은행은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통해 고객이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탐지해 보인인증 등 추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000만원 한도로 피해액의 최대 70%까지 보상하는 ‘보이스피싱 보험’을 운영 중이다.

또 IBK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제로화’를 선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보이스피싱 예방법과 신용 금융사기 수법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상품 약관 변경과 실시간 신분증 이상 탐지 시스템 등으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관련 제도도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강화했고, 원격제어 방지와 본인계좌 지급정지 시스템 구축, 비대면 계좌개설 본인확인 강화 등 기술적 방어 수단도 마련한 상태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앞줄 맨 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가운데)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강화 세미나’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앞줄 맨 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가운데)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한계점은 분명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 측 주장이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국경을 초월하고 일사분란하다”며 “중국이나 필리핀에 콜센터를 운영하고 국내에는 중계기와 실행조직을 둬 철저한 역할분담과 효율적 조직 운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집행 및 금융당국은 부처 간 장벽, 예산제약 및 각종 규제적용에 따른 절차와 시간이 소요돼 대처가 비효율적”이라며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 효율성 제고를 위한 범정부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의 재산 뿐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망가뜨리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아가는 중대한 범죄”라며 “금융, 통신, 사법 각 영역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력함으로써 시민들이 민생침해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구현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는 ‘서민·소상공인을 울리는 경제범죄 엄단’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추진 중”이라며 “국민의힘에서도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발표해 수사 전문인력의 증원, 불법 광고행위 처벌 강화 등의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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