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4만원 매각’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 재개는 언제?

시간 입력 2024-01-07 07:00:00 시간 수정 2024-01-05 17: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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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내 조업 활동 재개 전망…생산 제품 미정
바이백 조건 내건 현대차…러시아 재진출 가능성 有
현대차 “기존 판매 차량에 대한 AS 서비스 운영 지속”

현대차 러시아 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 단돈 14만원에 매각한 러시아 공장이 올해 상반기 내 가동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인수한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가 향후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는 미정이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HMMR·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sia)이 올해 상반기 중 재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고용센터에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기간을 같은달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러시아 공장 풀타임 직원의 절반 수준인 502명이 휴업했다.

현대차가 공장 폐쇄 여부를 재차 연장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올해 6월 안에 조업 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와 관련해서는 그곳에서의 차량 조립도 올해 중반까지는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공장의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 2020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함께 매각한다. 매각 대상은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다. 매각 금액은 1만루블(약 14만원)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장부상 처분 금액이 287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게 책정된 금액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Buy Back)’ 조건을 내걸었다. 공장 매각의 실마리가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바이백 가격은 옵션 행사 시점의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AS 서비스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해외 전략형 SUV ‘크레타’.<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이번 매각 결정은 러시아 공장을 준공한 지 13년 만이다. 옛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들어 러시아 수출을 시작한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러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0년 여섯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했고,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기후 특성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를 비롯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해 왔다. 특히 현대차는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러시아 내수 시장 점유율 3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했다. 2020년에는 연간 1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기준 23만4000대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현지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같은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 결과 현지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의 러시아 내수 시장 판매량은 2021년 2892대에서 지난해 8월에는 6대로 급감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비(非)러시아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도 크게 줄면서 토요타,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의 최적 매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현지 업체 중에서는 아트파이낸스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트파이낸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등록된 벤처캐피탈이다. 러시아 자동차 딜러 업체인 아빌론그룹의 전 사장인 안드레이 파블로비치가 아트파이낸스 지분을 사실상 전부 소유하고 있다.

단, 안드레이 파블로비치가 아트파이낸스의 소유주인 만큼 아트파이낸스와 아빌론 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해 5월 폭스바겐 러시아 사업 지분을 전량 인수했으며, 매각 금액은 바이백 옵션 없이 최대 1억2500만유로(약 18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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