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반도체 감산 폭 줄인다…‘반도체 봄’ 대비 공급물량 확대 전망

시간 입력 2024-01-03 17:01:37 시간 수정 2024-01-03 17:01:3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D램 감산 폭, 기존 35%서 올 1분기 15% 수준으로 축소 전망
지난해 4월 생산량 하향 조정 후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 본격화
AI 열풍 따른 HBM 수요 급증…메모리 생산량 증대 필요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한파’ 여파로 감산에 돌입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 생산 능력을 예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시장 반등에 맞춰 수급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반도체 감산 폭을 줄여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D램 감산 폭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16·17L뿐만 아니라 P2·3라인에서도 1znm(10나노미터 중반)를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반도체 감산 폭은 기존 35%에서 올해 1분기 15% 수준까지 축소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일찌감치 감산에 돌입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와 달리 삼성은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으나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끝내 감산을 결정한 것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극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치솟은 재고 부담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량 조절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이후 메모리 생산 능력은 줄곧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세계 1위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의 반도체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업황도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4조원대 중반의 적자를 기록했던 1분기나 2분기 대비 적자 폭을 6000~8000억원가량 줄였다.

적자 폭이 감소한 배경에는 메모리 실적 개선이 지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 D램 판매량이 증가하고,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챗GPT가 쏘아 올린 AI 열풍도 호재로 작용했다. AI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장치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GPU를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AI 특수로 인해 삼성을 향한 글로벌 빅테크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SK 두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HBM 수요가 확대되면서 향후 K-반도체의 입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이 4~6%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반도체 호재를 의식한 삼성은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HBM3E 양산에도 돌입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0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McEnery Convention Center)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AI 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Shinebolt)’를 공개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HBM3E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여 날로 높아지는 AI 반도체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며 “글로벌 HBM 시장 선도 업체로서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력 등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한파’ 터널의 출구가 보이고 있는 와중에 AI발(發) 훈풍에 따른 HBM 수요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메모리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 폭을 축소하며 글로벌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삼성은 메모리 생산 능력을 예년 수준으로 조금씩 회복시킬 것이다”며 “당장 올 2분기부터 감산 폭 축소에서 오는 고정비 분배 및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