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유통업계 희망퇴직 확산…11번가·GS리테일 등

시간 입력 2023-11-29 07:00:01 시간 수정 2023-11-29 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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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업황 부진…사람 줄여 비용 아끼려는 유통계
매각 불발·경영난 처한 11번가,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실시
최소인력·효율운영 구조로 개편 중…신규채용 감소 우려

올해 희망퇴직등 인력 감축에 나선 기업들 <사진제공=각 사>
올해 희망퇴직등 인력 감축에 나선 기업들 <사진제공=각 사>

새해를 앞두고 유통업계 곳곳에서 희망퇴직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업황이 악화하자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이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상은 만 35세 이상 직원들 중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들이며, 신청 기간은 다음달 8일까지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201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에게 4개월분의 급여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번가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지만 올해 3분기 3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전년 동기(-364억원) 대비 손실 규모는 10.2% 줄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한시적인 프로그램이고, 구성원의 100% 자발적 신청을 기반으로 운영한다”라며 “전직·이직 등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구성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11번가는 5년 내 IPO를 조건(2023년 9월 30일)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기업공개(IPO)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실패하면서 투자금을 연말까지 돌려줘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투자금 반환을 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인력 조정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GS리테일도 이달까지 1977년생 이상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약 18개월치 이상의 급여와 학자금 지원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장기 근속자 외에도 이달 말 서비스를 종료하는 GS프레시몰 관련 임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복리후생제도의 일환으로 정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라며 “강제성이 없고 일정 조건이 되는 시니어 직원들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롯데홈쇼핑도 지난 9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자 체질 개선에 나서기 위한 조치다.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된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는 지난 5월 퇴사 시 특별 보상금을 주는 ‘이직 지원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운영했다. 큐텐에 인수된 후 몸집이 커지자 인력 효율화 조치 차원에서다.

식품 기업에서도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소변 맥주 파문이 일었던 중국 맥주 브랜드 ‘칭따오’수입사 비어케이도 이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논란 이후 판매가 급감하자 회사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SPC 파리크라상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합류했다. 파리바게뜨·라그릴리아·쉐이크쉑·파스쿠찌 등을 포함한 14개 브랜드의 15년차 이상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앞서 매일유업도 8월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긴축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현재의 인원 감축 기조가 이어지면 내년 채용 폭도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농심 메가마트 하반기 공채는 최종면접만 남겨두고 취소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계가 잉여 인력에 드는 지출을 줄여 시설투자나 자동화에 집중하는 식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모습”이라며 “적은 인력으로 효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게 최근 산업 전반의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채용이 기존 인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긴축에 나선만큼 내년 신규채용도 감소할 것”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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