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복귀, ‘한경협’ 시대 개막…‘한국판 헤리티지’ 도약하나

시간 입력 2023-08-22 17:48:02 시간 수정 2023-08-22 17: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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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임시 총회 개최…정관 변경안 다수 의결
9월 한경협 출범…4대 그룹도 회원사로 복귀
미국통 류진 신임 회장 선임…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 될 것”
남은 건 혁신 의지…글로벌 싱크탱크 도약 기로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시 총회에서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라는 새 이름으로 새출발한다. 신임 회장에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공식 선임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형식상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전경련에 복귀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흡수 통합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날 총회에는 류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구자은 LS 회장, 김희용 티와이엠 회장, 이희범 부영주택 회장,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 다수가 참석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전경련은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경협이란 이름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의 주도로 출범한 경제단체의 명칭이었다. 이후 1968년 한경협은 전경련으로 문패를 바꿨다.

한경협이란 명칭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산업부 승인은 올해 9월 중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시 총회.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이날 전경련은 목적 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사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 성장 사업 등을 추가했다.

전경련은 “동반성장, ESG 등을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새롭게 출범할 한경협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폐단으로 지적돼 온 정경 유착 문제는 내부 통제 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통해 철저히 차단키로 했다. 전경련은 이날 임시 총회를 통해 정관에도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 마련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또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 할 윤리헌장도 채택했다. 윤리헌장에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향유하도록 노력한다’ 등 9개 항으로 구성됐다.

한경협을 이끌 새 수장도 선임됐다. 류 회장은 이날 전경련의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류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 재계 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는 등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깊은 ‘미국통’으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에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최상의 과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며 “국민의 준엄한 뜻에 따라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투명한 기업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주요 7개국(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겠다”며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며, 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앞으로 출범할 한경헙이 앞장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이목이 초집중됐던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도 현실이 됐다. 이날 전경련은 한경연의 조직, 인력, 자산, 회원 등을 한경협으로 승계하는 내용의 ‘전경련과 한경연 간 통합 합의문’을 채택했다.

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절차상 한경협은 기존 한경연 회원사들을 넘겨받게 됐다.

앞서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한경연에는 형식상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삼성 계열사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 등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시 총회. <사진=연합뉴스>

이날 총회를 거쳐 한경협이 한경연을 흡수 통합키로 하면서,  이들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한경협 회원사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모두가 전경련에 복귀하는 것은 6년 6개월 만이다. 다만 삼성 계열사 5곳 중 삼성증권은 최근 논의를 거쳐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4대 그룹은 올 9월께 산업부의 정관 개정 승인을 거친 이후부터 한경협 회원사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한경협으로의 새출발을 공식화한 전경련이 향후 얼마나 혁신적인 경제단체로 거듭날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전경련은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내비친 상태다. 올 5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기자 간담회에서 “싱크탱크로서의 연구 기능은 전경련의 메인 파트가 될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류 회장을 한경협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무대 경험과 지식이 많고 관련 인맥이 풍부한 류 회장이야말로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도약하려는 한경협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이 롤모델로 삼은 곳은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설립된 미국의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다. 경제·정치·안보·외교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단체가 싱크탱크 형태로 전환하면 회원사들의 이익을 주장할 때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울 수 있다. 기존 전경련 체제에서 주로 이슈 대응 수준의 연구에 그쳤다면, 한경협 체제에선 선제적인 연구로 글로벌 수준의 대안 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면 보고서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며 “글로벌 수준의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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