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 받았다…삼성, 전경련 복귀하나

시간 입력 2023-07-20 17:24:17 시간 수정 2023-07-20 17: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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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경영위, ‘한경협 동참 요청 서한’ 공문 발송
4대 그룹, 이사회서 전경련 재가입 여부 검토할 듯
삼성·SK·현대차·LG, 전경련 복귀엔 ‘신중한 입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6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에 한경협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경련이 4대 그룹에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4대 그룹은 전경련 복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이 한경협으로 돌아갈 것인지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하루 전인 이달 19일 ‘전경련 경영위원회’ 명의로 4대 그룹에 ‘한경협 동참 요청 서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경련 경영위원회는 전경련이 2017년 회장단사를 중심으로 만든 의사결정 기구다. 롯데, 한화, GS, 한진, 두산, 코오롱, 풍산, 삼양 등 10여 개사로 구성돼 있다.

전경련 경영위는 해당 공문에서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며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경협은 회원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새로운 경영 환경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환골탈태하기 위한 혁신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이 4대 그룹에 해당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두고 다음주부터 열릴 예정인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 26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27일 삼성전자 등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가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전경련이 한경협 가입을 요청한 만큼 4대 그룹은 각 이사회에서 전경련 복귀를 공식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한경연 회원사였던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네트웍스 △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LG전자 등이다. 이들 업체는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앞서 올해 5월 전경련은 대대적인 조직 혁신안을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1961년 첫 출범 당시 명칭인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등 방안들이 담겼다. 이후 이달 4일 열린 한경연 임시 총회 및 전경련 이사회에서 한경연 해산안 및 전경련·한경연 통합, 명칭 변경 안건 등을 의결했다.

사실상 전경련의 재탄생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4대 그룹의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한경연에는 형식상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와중에 한경연이 전경련에 흡수 통합되고, 한경협으로 새출발하게 되면 한경연 회원사는 한경협으로 자연스레 이관된다. 절차상 자동으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4대 그룹은 한경연 해산안에는 동의했으나,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 회원으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의 경우 한경연에서 해산 계획을 전달받은 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5개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모여 세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후 각사 최고경영자(CEO) 보고를 거쳐 한경연 해산에 동의했다,

그러나 한경협 회원 자동 승계 여부는 5개 계열사 이사회뿐 아니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준법위)의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도 삼성과 비슷하다. 한경연 해산에는 동의했지만 한경협 회원 승계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추후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복귀가 아직 이르다는 게 4대 그룹 내부의 시각이다”며 “만약 한경협 회원사로 들어가게 된다면 우회적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한편 전경련은 다음달 말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 선임과 한경연 흡수 통합 안건 등을 처리하고, 한경협 재출범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전에 4대 그룹은 전경련 복귀와 관련해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4대 그룹에게는 한달 여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는 전경련 복귀 여부 결정은 물론이고 다른 그룹의 대응을 살피기에도 매우 빠듯한 시간이다.

특히 재계 맏형인 삼성의 경우 삼성준법위의 논의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삼성준법위는 한경협 가입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달 18일 이찬희 삼성준법위원장은 삼성의 전경련 복귀와 관련해 “과거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폐해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전경련에게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 스스로 확고한 발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삼성준법위는 이에 따라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것이다”고 전했다.

4대 그룹 가운데 전경련 복귀 가능성을 가장 크게 열어둔 곳은 재계 서열 2위 SK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이달 12일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대한상의와 전경련이 경쟁 관계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동반자로 되는 관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이 이름을 한경협으로 바꾼다고 들었는데, 새롭게 잘 이끌어지면 좋겠다”며 “전경련이 잘 되기를 기대하고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 또한 변수다. 다음달 총회 전까지 전경련이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추가 혁신안 등을 내놓는 등 여론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4대 그룹도 가입 여부를 한층 더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에는 4대 그룹의 입장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의 전경련으로 복귀한다고 하면 (4대 그룹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데 다음달 총회를 거치면 한경협으로 탈바꿈하게 된다”며 “총회 이후 법인 정비 작업이 다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 새출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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