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신세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따도 문제 못 따도 문제

시간 입력 2023-03-02 07:00:03 시간 수정 2023-03-01 10:05:1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면세업계 3사·중국 CDFG, 지난달 28일 사업·가격 제안서 제출
임대료 가격제시 비중 40%… CDFG 합류로 임대료 입찰가↑전망
매출 규모 커 인천공항 포기 못해…“낙찰되면 뒷감당이 걱정”

<사진=연합뉴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을 비롯해 세계 1위 중국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면세업계는 CDFG의 입찰 참여로 셈법 계산이 복잡해졌다. CDFG가 사업권을 낙찰받으면 중국 관광객을 빼앗길까 걱정이고, 국내 업계가 낙찰을 받더라도 CDFG가 임대료를 올려놓으면 수익성 악화가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에 참여한 것은 사업권을 포기하면 회사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4사와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 및 가격제안서 제출까지 모두 완료했다. 이로써 국내 면세업계 3사와 세계 최대 매출 규모를 보유한 CDFG는 총 5곳의 입찰을 두고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일반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다섯 사업권 (DF1, DF2, DF3, DF4, DF5)모두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어느 사업권 입찰을 노리는지 경쟁업계에 숨기려는 목적으로 기존부터 써온 전략이지만, 이번의 경우 CDFG가 합류하면서 국내 면세 기업 독점 구조가 깨져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DF1~DF5 다섯 곳의 사업권은 1그룹(DF1·2), 2그룹(DF3·4·5)의 두 그룹으로 구분된다. 사업권 입찰에는 중복 참가할 수 있어도 그룹 내에서 중복 낙찰은 불가하다. 때문에 CDFG를 포함해 한 업체 당최대 두 곳의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CDFG의 경우 럭셔리 부티크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DF5구역에는 입찰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측 자료에 의하면 제 2여객터미널의 핵심 전면부에는 명품 전문 브랜드관이 들어선다. 그간 ‘짝퉁’ 유통 이슈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등 명품 브랜드 유치에 실패해온 CDFG가 명품 브랜드로부터 입점 확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해당 구역에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권 입찰을 위해서는 신청서와 함께 브랜드 입점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이번 DF1·2 사업권은 향수·화장품 품목에 스테디셀러인 주류·담배까지 이전보다 판매 가능 품목이 넓다. 때문에 CDFG에 한곳만 내어줘도 국내 면세 매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수요를 상당히 뺏길 수 있어 위협적이다.

면세점 입찰 심사는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 심사 두 단계다. 최종 심사에서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 심사의 반영 비율은 반반이지만, 임대료 점수가 1·2차 심사과정 전반에 높게 합산돼서 결과적으로 제시한 ‘임대료의 가격 경쟁력’이 입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가 한 사업권당 후보 두 업체를 복수 선정하는 1차 심사 과정에서 임대료 평가 비중이 40%며, 관세청과 함께 최종 업체를 선정하는 2차 심사에서도 임대료 점수가 40%다.

이처럼 임대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면세 업계는 자금력이 막강한 CDFG를 상대로 맞붙기도 물러서기도 곤란한 처지다. 먼저, 국내 면세업계가 임대료 가격을 두고 현 세계 매출 1위인 CDFG와 맞붙으면 입찰을 받은 후 적자구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올해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 방식이 고정 임대료에서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돼서다. 이는 인천공항공사 측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에 없이 힘들어진 면세업계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체계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 국내 면세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CDFG와 국내 면세업계가 임대료 경쟁을 벌여야 하는 DF1·2 구역의 객당임대료는 각 5346원, 5617원으로 다섯 사업권 중 가장 높다. DF3·4구역은 각 2078원, 1863원이며 CDFG가 입찰 신청을 하지 않은 DF5 구역만 1056원으로 객당임대료가 가장 낮다. <자료=인천공항공사>

경쟁으로 인해 임대료 입찰가가 높게 책정되면 매출이 늘수록 임대료도 커져 오히려 수익은 줄게 돼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 입찰 경쟁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면세업계는 이번 인천공항 입찰을 두고 물러설 곳이 없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으로서 얻는 입지와, 매출 규모, 10년이라는 긴 계약 기간(기존 5년)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기준 매출 3조16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면세업계가 포기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유한 공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출 국내 1, 2위이자 전 세계 3, 4위를 다투는 롯데(2021년 기준 3조7200억)와 신라면세점(2021년 기준 3조3400억원)도 입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다시 매겨질 수 있다. 국내 3위인 신세계 면세점은 2021년 기준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국내 기업 면세점이 해외 공항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공항에서의 면세점 운영 경험이 필요한데, 최근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공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는 CDFG가 사업권을 따낼 거라 전망하면서도, 자금력만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청 평가에 일말의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CDFG가 인천공항공사 심사는 통과할지 몰라도 최종 한곳을 선정하는 관세청 심사단계에서 저평가 받을 수 있다고 예측해서다.

한 면세업계 직원은 “국내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리오프닝에 큰 기대가 있던 만큼 암담한 기 분이지만, 그렇다고 사업권을 포기할 수도 없고 선택지가 없다”라며, “관세청 평가 항목은 경영 능력 등 5개 항목인데 교수, 사회공헌 단체 회원, 회계사 등 여러 직군으로 구성된 심사 위원들의 다양성이 변수가 될 수 있어 아직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면세업계 직원도 “관세청 심사 시 고려되는 경영능력, 운영 역량 평가에서 국내 여론과 반중 정서 등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라며 “관세청에서 하는 심사는 국내에서의 운영 역량을 확인하는 정성적 평가인데, CDFG는 아직 국내에서의 역량이 확인된 바 없고 사회 공헌 부분도 평가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제출된 사업·가격제안서 발표 및 평가는 이달 중순 이뤄진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권당 두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며, 이후 관세청 특허 심사를 거쳐 4월 중에 최종 낙찰 업체가 결정된다. 신규 사업자는 계약 체결 이후 7월부터 운영을 개시하게 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