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상건 미래에셋생명 센터장 “은퇴는 정답 찾기 아닌, 최악 피하는 게임”

시간 입력 2026-10-23 16:59:33 시간 수정 2026-10-23 16: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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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 23일 '은퇴 후 30년, 돈이 먼저 끝나지 않게’ 세미나 개최
“자산 크기에서 현금 흐름으로…퇴직 후 10년 계획이 노후 전체 끌고 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이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생명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55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시장의 과제가 ‘쌓는 것’에서 ‘헐어 쓰는 것’으로 전환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 연령에 들어서면서다.

이 가운데 노후 준비란 정답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됐다.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노후를 설계해야 하며 특히 퇴직 직후 10년이 노후 전체를 가른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래에셋생명은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은퇴 후 30년, 돈이 먼저 끝나지 않게’를 주제로 퇴직연금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세금, 노후 리스크, 연금 운용 세 세션으로 꾸려졌으며,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이 ‘인생 100세 시대와 리스크 관점에서 본 노후준비’를 주제로 발표했다.

앞서 전순표 미래에셋생명 연금영업부문 대표는 인사말에서 “550조원까지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 20년은 축적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축적한 자금을 어떻게 잘 헐어서 은퇴 후 30년 동안 현금 흐름이 마르지 않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노후 재무설계는 죽을 때까지 현금 흐름 마르지 않게 하는 것”

이 센터장은 노후 준비의 전제부터 바로잡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어떻게 하면 완벽한 노후 준비가 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런 건 없다”며 “수능처럼 정답을 찾아가는 게임이 있고 최악을 피하는 게임이 있는데, 은퇴는 최악을 피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를 보는 틀도 달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데인저(Danger)는 대형 태풍이나 대지진처럼 인간이 대비밖에 할 수 없는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반면 리스크(Risk)에는 매니지먼트라는 말이 붙는다. 능동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 드는 것 자체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고령화를 리스크로 보면 무엇을 관리해야 최악이 되지 않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문제다. 예상보다 빨리 우리나라가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며 “통계청 발표로는 10년 안에 국민 3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된다고 하는데, 아마 예측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이 드는 속도가 시속 60~70㎞였다면 앞으로는 120, 130, 140㎞로 간다”고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는 1960년대 100만명에서 2000년대 40만명, 2017년 35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2050년까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매년 36만명씩 늘어난다.

이 센터장은 정작 충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베이비부머 세대가 1680만명으로 한국 인구의 3분의 1”이라며 “특히 1955년생이 아직 75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파가 시작도 안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의료비의 절반 이상이 75세 이후에 지출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동시에 노후의 세 가지 리스크를 유병 장수, 무전 장수, 무업 장수로 꼽으며 “무전 장수의 리스크 관리는 본질이 캐시플로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노후 재무설계는 복잡한 게 아니다. 죽을 때까지 현금 흐름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센터장은 평균수명에 대한 착각도 경계했다. 그는 “평균수명 85세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평균수명은 0세 때 죽은 사람까지 포함한 데이터”라며 “예를 들어 마흔 살이면 마흔까지 살아남은 사람만 놓고 보는 기대여명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나 영국 설문을 보면 80세가 됐을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너무 오래 살까 봐 걱정이다. 그게 은퇴 파산”이라고 덧붙였다.

현금 흐름을 만드는 통로로는 임대보다 연금과 금융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퇴직자가 늘면 임대사업자가 늘었지만 이런 현상이 점차 깨지고 있다”며 “고령화되면 내수가 약해지고 생산활동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방 상권은 굉장히 힘들고 서울 상권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과 금융 중심의 캐시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사회로 가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고 봤다.

무업 장수에 대해서는 일의 재무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일을 하면 모아놓은 돈을 덜 빼서 쓸 수 있다”며 “미국 연구를 보면 남들보다 2~3년 늦게 퇴직하면 은퇴 파산 리스크가 50% 이상 줄어든다”고 소개했다.

전순표 미래에셋생명 연금영업부문 대표가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생명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퇴직하고 크게 손실 입으면 안 돼…퇴직 후 10년이 노후 골든타임”

이 센터장은 같은 수익률이라도 손익이 나는 순서를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그는 “직장 생활할 때는 첫해에 크게 잃어도 월급으로 생활하면서 기다리면 된다”며 “퇴직하면 원금이 깨진 상태에서 인출이 시작돼 투자 금액이 확 줄어든다.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금으로 레버리지를 산 사람들은 한 방에 노후 20년을 까먹는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0년 단위 설계를 제시했다. 그는 “퇴직 이후 10년이 노후 골든타임”이라며 “10년 계획만 잘 세우면 그 계획이 이후를 끌고 간다. 10년 동안 현금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지, 투자하면서 어떻게 인출할지를 함께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인출과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로는 “안전하게 넣어두면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걸리고, 오래 살수록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센터장은 다만 병행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연했다. 그는 “퇴직한 다음에는 추가로 넣을 돈이 없다. 결국 수익률이 더 높아져야 하는 구조”라며 “인출하면서 투자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수익이 아닌 위험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성장률의 70%를 수출이 담당하는 나라로, 경제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며 “2008년에는 미국이 잘못했는데 원화 값이 떨어지고 환율이 올랐다. 선진국이 어려워지면 한국도 같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분산은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도 하지만, 한국이 가진 경제적 운명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오래 일하는 사람이 더 경쟁력이 있고, 국가는 많은 것을 약속하겠지만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고비용 사회가 오기 때문에 절세 전략이 중요해지고, 금융에서 월세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나한테 맞는, 최악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말을 끝맺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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