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노조,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15초 길이 광고 송출
“사측, AX 명분 삼고 인원 감축하는 인력 효율화 추진”
“DS 및 DX 간 막대한 성과급 보상 격차 해소 시급”
삼성, DX 부문 직원에 699만원 규모 자사주 지급
‘억대 보상’ DS 부문 직원과 성과급 격차 지적
DX 부문, 상대적 박탈감 호소…18일 집회 예고

삼성전자 내 비반도체 직원들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데 반해, 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은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성과급이 제공되면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글로벌 랜드마크인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여론을 자극할 만한 내용의 광고를 반복적으로 송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행노조는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장기간의 집회에 돌입하며, 성과급 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동행노조는 5일(현지시간) 미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15초 길이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날 0시부터 매시 35분마다 송출된 광고에는 “위대한 제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아직 여기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와 관련, 동행노조는 “사측이 ‘인공지능 전환(AX)’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를 쪼개고 효율을 측정하며 필요한 인력을 계산하고 있다”며 “AX를 명분으로 사람을 줄이는 인력 효율화라면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올해 6월 삼성전자는 DX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AX를 전격 추진했다. 이에 직원들은 사내에서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AX를 계기로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DX 부문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9월 5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송출되고 있는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 광고.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동행노조는 사측이 AX를 통해 인원 감축에 기반을 둔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타임스스퀘어에서 상영했다.
동행노조는 사측이 DX 부문만을 대상으로 AX를 추진한 배경에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AX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채, 실제론 DX 부문의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동행노조는 DX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이유로 리더들의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 7월 16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앞에서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행노조가 광고에서 ‘사람’, ‘우리’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DS 부문과의 막대한 성과급 보상 격차로 인해 DX 부문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삼성전자는 ‘2026년 임금 협약’에 따라 DX 부문 및 CSS(컴파운드반도체솔루션)사업팀에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했다.
앞서 올 5월 말 삼성전자 노사는 DS 부문에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 경영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DX 부문에 상생 협력 차원의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금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자기 주식을 받은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들은 협약 체결일인 5월 27일 기준 총 4만9345명이다. 약 5만명의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에 나선 삼성은 34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처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8일 자기 주식 108만3434주를 처분했다. 처분 규모는 이사회 결의일인 같은달 6일 종가 31만8000원 기준 3445억원에 달한다.
해당 자사주를 4만9345명으로 나눠보면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 1인당 21.96주를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들 직원은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자기 주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올 6월 말 DX 부문 등 직원들에게 1인당 22.65주의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으로 22주는 주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0.65주는 현금 17만3920원으로 지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7월 6일 종가 31만8000원 기준 699만6000원어치의 자기 주식과 17만3920원의 현금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 관계자들이 5월 26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중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X 부문 직원들이 손에 쥔 성과급은 DS 부문 직원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임금 협약에 따라 새로 마련된 DS 부문 한정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지급 상한도 없다. 성과급 재원은 전체의 40%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에, 나머지 60%를 사업부에 배분한다. 사업부 몫의 재원 중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영업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93조원의 10.5%인 41조265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41조265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6조5060억원에 달한다. 이를 올 상반기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562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2억1010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4조7590억원 이다.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LSI시스템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해당 재원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 메모리사업부 직원 수 약 2만8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무려 8억원 넘게 받는다는 얘기다.
더 주목할 점은 적자 사업부도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DS 부문 공통 재원에서 지급되는 특별 경영 성과급 덕분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파운드리·LSI시스템사업부 직원들도 2억원 가량의 보상을 받는다.
이렇듯 DS 부문 직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에, DX 부문 직원들은 7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받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 8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DS 부문과의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동행노조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회장 자택 앞으로 찾아가 성과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동행노조는 이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인근에서 발대식을 개최하고, 집회에 돌입키로 했다. 이번 집회는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언제까지 집회를 벌일지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1인 시위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는 집회를 통해 DX 부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DX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전사 공통 재원으로 마련 및 배분 △임금 인상률 전사 동일 적용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동행노조의 요구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집회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조합원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과급 제도 개편 과정에서 DX 부문의 의견이 외면 받자, 해당 부문 직원들은 동행노조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3만827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DX 부문 직원 수는 5만638명으로, DX 부문 직원 중 과반 이상이 동행노조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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