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분기 매출, 1년 새 106% 급등한 962억2100만달러
젠슨 황 “AI, 변곡점 도달…컴퓨팅, 매출로 이어지고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 AI 인프라 구축 지원 가속
‘AI 거품론’ 불식…HBM 수요 증가 기대↑
‘HBM4 양산 출하’ 삼성, 시장 선점…SK도 공급 ‘잰걸음’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130조원을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거두면서 AI 반도체 공룡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첨단 AI 반도체 ‘베라 루빈’을 앞세워 고속 성장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에 AI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는 K-반도체 또한 동반 상승이 예고된다. 특히 AI 칩 구동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 수혜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7 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 매출액이 962억2100만달러(약 132조8042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467억4300만달러(약 64조5053억원) 대비 무려 106% 급등한 수치다.
이는 시장의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전망한 엔비디아의 매출액 전망치는 921억7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실제론 이보다 40억달러 더 높은 96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2027 회계연도 2분기 영업익은 637억3400만달러(약 87조9657억원)로, 전년 동기 284억4000만달러(약 39조2529억원) 대비 124%나 확대됐다. 같은 기간 주당 순이익은 1.08달러에서 2.46달러로, 128%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7% 증가한 890억달러(약 122조8556억원)였다. 이는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92.5%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엣지컴퓨팅 부문 매출은 1년 새 27% 늘어난 72억달러(약 9조9374억원)로 조사됐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역대급 분기 실적을 거둔 것은 주요 빅테크와 각국 정부의 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최신 AI 반도체 베라 루빈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AI 토큰은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제 컴퓨팅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리고 수요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엔비디아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분기 매출을 내면서, 일각에서 제기해 온 AI 거품론은 급격히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AI 거품론은 주요 빅테크의 과잉 투자 논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생태계 확장에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 AI가 실상은 수익성을 제고해주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AI 거품론이 확산되던 와중에 엔비디아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AI 고품론은 단숨에 불식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황 CEO는 “믿기 힘들겠지만 수요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고객사 수요는 엔비디아가 내년에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임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추세에 따라 2027 회계연도 3분기(올 8~10월) 매출 전망치는 108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AI 거품론을 말끔히 걷어 내면서, K-반도체가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칩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선 핵심 AI 메모리인 HBM이 더 절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8%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1%였다. 이에 SK와 삼성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79%나 됐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된 HBM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이렇듯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K-반도체는 차세대 HBM을 앞세워 AI 메모리 리더십을 제고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히 엔비디아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6세대 HBM ‘HBM4’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HBM4 주도권 다툼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고 있다. 삼성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하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며, HBM4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전작인 5세대 HBM ‘HBM3E’의 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를 양산 출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삼성 HBM4 매출은 첫 출하 이후 4개월여 만에 1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8월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HBM 패권 경쟁에서 삼성에 역전을 허용한 SK는 HBM4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같은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SK HBM4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황 CEO는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이 먼저 엔비디아에 HBM4를 출하하면서 ‘HBM 1등’ SK의 입지에는 적잖은 흠집이 났다.
위기감을 느낀 SK하이닉스는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HBM4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SK의 HBM4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2분기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생산량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에 대해 올 2분기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HBM4)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5세대 ‘HBM3E’과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4 물량의 약 70%는 SK하이닉스가 공급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30%였다. 이와 관련해 세미애널리시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차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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