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거세지는 통합교섭 요구…“조직·고용구조 다 바꾸나”

시간 입력 2026-08-25 17:57:13 시간 수정 2026-08-25 17: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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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16개 법인 교섭 본사로 통합 요구…“본사가 실질 결정권”
카카오 노조, 인적분할 맞물려 공동교섭 추진…“조직개편·고용 등 공동 논의해야”
계열사 경영 독립성 어디까지…본사 ‘사용자 책임’ 범위 촉각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가 계열사 중심의 경영구조를 둘러싸고 노조의 ‘교섭 단위 확대’ 요구에 직면했다. 법적으로는 각 계열사가 독립된 회사지만 주요 투자와 인사, 조직개편 등은 본사나 그룹의 영향 아래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통합·공동교섭 요구가 본격화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계열사별 독립성과 그룹 차원의 노사 책임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오는 26일 판교역 광장에서 주요 계열사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공동교섭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 20일 본사와 주요 계열사 16곳을 하나의 교섭 틀로 묶는 통합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서비스별로 법인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현재 각 회사가 따로 진행하는 단체교섭 자체를 본사 중심으로 통일하자는 요구인 반면, 카카오는 법인별 교섭은 유지하되 고용안정이나 조직개편처럼 여러 회사에 걸쳐 영향을 주는 사안을 별도 공동교섭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본사와 계열·관계사 28개 법인 가운데 16개 법인이 각각 회사 측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형식상 사측 교섭대표가 각 계열사 경영진이지만 임금 재원이나 복지, 주요 제도 변경 등의 최종 판단에는 본사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주장한다.

노조 집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들 16개 법인에서 진행된 교섭은 150여차례, 투입된 시간은 1000시간을 웃돈다. 비슷한 안건을 회사마다 되풀이해 협상하는 데다 계열사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본사 판단을 기다리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근무환경과 안전·보건, 복지, 경영 프로세스 등 계열사 공통 사안을 본사와 직접 논의하는 구조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회사가 결정한 인적분할이 향후 인력 재배치와 사업 이관, 자회사 매각·합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1일 카카오톡·AI 사업을 맡는 ‘카카오AI’와 투자 및 자회사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카카오X’로 회사를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노조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을 쪼개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소속과 고용조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를 개별 법인의 문제로만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26일 카카오뱅크의 5일 연속파업 결의대회와 함께 공동체 공동교섭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요구안에는 조직개편과 매각·분사 과정의 사전협의, 공동체 내 전환배치, 고용안정 장치, 성과배분 원칙, 계열사 공통 복지 등이 담겼다. 네이버와는 달리 각 계열사의 경영 여건에 따라 임금과 세부 근로조건은 별도로 협상하되,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문제만 공동 테이블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지난 20일 열린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에서 통합교섭 5대 핵심 요구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진채연 기자>

이 같은 통합·공동교섭 논쟁은 결국 IT 기업의 계열사 경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서비스를 빠르게 키우거나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업부를 계열사로 분리해 왔다. 각 법인은 별도 재무제표와 경영진을 갖지만 핵심 투자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인력정책 등은 모회사와 긴밀하게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도 변수가 되고 있다.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향후 모회사가 계열사의 임금·인사·조직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교섭 책임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통합의 범위다. 적자 회사와 고성장 회사를 동일한 임금 기준으로 묶기는 어렵고 계열사별 인력구조와 사업 특성도 다르다. 반대로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사업매각, 공통 복지제도처럼 본사의 판단이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안마저 각 법인에 맡겨두면 책임 회피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IT 기업은 사업 특성상 법인을 나눠 기민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 주요 의사결정이 본사나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노사관계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계열사의 임금과 처우를 일률적으로 묶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만큼, 그룹이 결정하는 사안과 개별 법인이 책임질 사안을 구분하는 교섭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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