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원 재산 분할하라”
최태원, 마감 직전 극적 상고…“고심 끝에 상고장 제출”
1일당 약 1억3000만원 지연 이자 발생에 슈퍼 충격
SK실트론 지분 매각 방안 ‘유력’…지분 가치 9600억원
TRS 계약 조건 따라 실제 현금화 액수 달라질 수도

‘세기의 이혼’으로 일컬어지며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재산 분할 소송이 다시금 법정 공방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최 회장이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극적으로 상고하면서 9년여의 길었던 법정 다툼은 또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간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늦게 상고장을 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은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15일 0시부로 확정될 뻔했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선고는 효력을 잃고,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이혼 소송으로 얼룩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인연은 한때 매우 끈끈했다. 1988년 결혼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당시 재벌 그룹 아들과 현직 대통령 딸의 결혼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을 요구해 세기의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노 관장과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두 사람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여기에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최고심까지 진행됐다. 3심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불법 자금이므로 설령 SK에 유입됐더라도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을 인정한 부분은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다.
그리고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르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이 맞다고 판단하고, 재산 분할 액수를 9440억원으로 산정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그러나 이날 최 회장이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다시 상고하면서, 노 관장에게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분할하라는 판결은 엎어졌다.
재계에선 거액의 현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최 회장이 매일 억대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재상고를 결정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판결 확정 하루 뒤부터 재산 분할을 완료할 때까지 연 5%의 지연 이자를 내라고 명한 바 있다.
재판부의 명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연 472억원의 지연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사실상 매일 1억2932만원의 이자가 붙는 셈이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해야 할 현금을 확보할 시간을 마련하려고 재상고에 나섰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 왔다.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으로,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 지분 매각 방안, SK㈜ 주식 담보 대출 방안, SK실트론 지분 매각 방안 등에 주목했다.
우선 최 회장은 현실적으로 SK 주식을 쉽사리 팔지 못한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SK㈜ 지분 17.9%(1297만5472주)를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산 분할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SK㈜ 주식 1297만5472주를 활용해 담보 대출을 받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SK㈜ 주가는 58만5000원으로, 최 회장의 소유 지분 가치는 7조5907억원에 달한다.
다만 그룹 지배의 원천인 SK㈜ 지분을 담보로 설정함에 따라 부수적으로 얻게 될 심리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주식 담보 대출을 지양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주요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그룹 지주사인 SK㈜가 ㈜LG로부터 SK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두산그룹이 SK그룹으로부터 SK실트론을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은 한층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두산과 SK㈜는 지난달 3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TRS 계약 지분 19.6%를 포함해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두산이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한 가격은 2조3000억원이다. 해당 가격을 토대로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단순 계산해보면 약 96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줘야 하는 금액에 맞먹는 현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TRS 계약에 따른 정산 과정이 남아 있어 최 회장이 실제로 손에 쥐게 될 액수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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