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명과 암] ②‘형제분쟁’ 참전,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노렸다…“지배구조 균열, MBK 입김 세지나”

시간 입력 2026-04-14 07:00:00 시간 수정 2026-04-13 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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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아웃 한계 직면한 MBK…거버넌스 투자로 전략 확장
한국앤컴퍼니, 형제분쟁 틈타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 가세
최소 지분 확보 실패로 ‘무산’…시장 신뢰 확보엔 한계
공개매수 실패에도…“대기업 총수 경영권 직접 겨냥”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지난 2005년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아시아 담당 임원이던 김병주가 설립한 사모펀드다. 한국·중국·일본에 집중하는 아시아 특화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약 330억달러를 운영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MBK의 투자 방식은 그동안 바이아웃에 기반해왔다. 기업의 경영권을 통째로 사들인 뒤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으로 가치를 끌어올리고, 더 비싼 값에 파는 방식이다. 한미캐피탈, KT렌탈, 딜라이브,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홈플러스, 오렌지라이프, 롯데카드 등 그동안 MBK포트폴리오의 상당수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빅딜 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MBK의 주 전략인 바이아웃 투자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대상이 되는 M&A(기업 인수 및 합병)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수차례의 혹독한 구조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정리 수순에 들어갔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지배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졌다. MBK 처럼 조 단위 빅딜만 다루던 대형 펀드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몸값을 키운 기업들을 제값에 팔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MBK가 천문학적인 규모를 투자해 인수한 홈플러스는 투자의 선순환이 차단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대규모 빅딜 시장이 위축된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재계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당장, 대기업 총수 후계구도가 본격화 되고, 기업별로 이른바 3~4세 경영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너 일가 내부의 결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형제간 지분 분쟁, 횡령·배임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 등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그 균열이 MBK와 같은 대규모 투자펀드사 입장에서는 좋은 투자 환경이 된 셈이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는 시점을 전후로, MBK의 투자전략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에 MBK의 주요 투자 전략이 대규모 빅딜에 집중됐다면, 2023년 이후부터는 대주주 일가의 균열을 파고드는 공개매수 카드가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의 서막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타이어와 에너지 솔루션을 양대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사업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매출액 기준 글로벌 타이어 업계 7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시장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글로벌 2위 열에너지 관리업체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최종 완료하며, 재계 순위가 기존 49위에서 27위로 대폭 상승했다.

2019년 당시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장남 조현식·차남 조현범을 양대 축으로 하는 형제경영 시대가 본격화됐다.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장남 조현식이 19.32%, 차남 조현범이 19.31%로 동등한 수준으로 나눠 갖고 있었고, 조양래 회장이 23.59%를 보유해 균형추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장녀 조희경이 0.83%, 차녀 조희원이 10.82%를 소유하는 구조였다.

대등한 형제경영 기조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차남 조현범 회장을 둘러싼 중대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부터다. 조 회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총 6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을 매월 200만~300만원씩 102회에 걸쳐 총 2억6500만원을 빼돌린 혐의 △계열사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숨길 목적으로 지인의 매형과 유흥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명의 등 차명계좌를 이용해 받고 이를 은닉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결국, 조현범 회장이 구속 상태인 가운데,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가족 일가 사이에서 조현범 회장 퇴진과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다만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반대 때문에 이 같은 방향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6월, 조양래 회장은 자신의 지분 23.59% 전량을 블록딜 매매(시간 외 대량 매매)로 조현범 회장에 넘겼다. 이로써 조현범 회장은 단숨에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실상 경영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다.

이에 맞서, 조희경 이사장은 즉각 아버지를 상대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아버지의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인지 법원이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1심은 기각됐고 항고는 이어졌다. 이후 재항고까지 이어졌지만 대법원도 기각하면서 사건은 사실상 종결됐다. 2021년 정기 인사에서 조현범이 그룹 회장에 선임되고 조현식은 고문으로 밀려나면서 분쟁은 표면상 봉합됐다. 그러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지배구조 균열에 올라탄 MBK…MBK의 공개매수 카드

전환점은 2023년에 다시 찾아온다.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 부당 지원, 200억원대 횡령·배임, 법인카드·법인자금 사적 유용 등을 포함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차 구속 기소된 것이다. 두 번째 사법 리스크였다.

2023년 12월, MBK가 세운 투자법인 ‘벤튜라’가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됐다. 이번에는 조현식·조희원 남매와 손을 잡은 MBK가 유통 주식 가운데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를 주당 2만원(4일 종가 1만6820원)에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소 기준인 20.35%를 확보해야 조현식·조희원 측의 기존 지분(29.54%)과 합산해 과반을 넘길 수 있는 구조였다. 단, 응모 수량이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단 한 주도 매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현식·조희원 남매와 MBK가 맺은 주주간 계약에는 △공개매수 성공 시 이사진 절반 이상을 MBK가 직접 선임할 권리를 갖는다 △대표이사 지명은 양측이 합의하지만 합의가 불발되면 MBK가 단독으로 결정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인사위원회의 구성원 과반도 MBK가 지명한다 △조현식·조희원 측은 MBK의 동의 없이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없으며, 그 지분에는 MBK가 근질권을 설정한다는 등도 포함됐다.

엑시트 구조도 마찬가지다. 최소 3년 후 MBK가 지분을 매각할 때 조현식·조희원의 지분까지 강제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리를 MBK가 쥔다. 조현식·조희원 측은 그 반대인 태그얼롱, 즉 “같이 팔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만 갖는다.

주주간계약의 내용은 해당 딜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현식·조희원은 경영권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동생에게 빼앗긴 지분을 제값에 팔 수 있는 퇴로를 확보한 것이다. MBK는 나중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덩어리 지분을 제3자에게 통매각 하는 최종 수혜자가 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공개매수 발표 당일부터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2만원을 이미 웃돌기 시작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서면 기존 주주로서는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진다. MBK는 매수가를 2만4000원으로 올리고 투입 자금도 5186억원에서 6224억원으로 늘리며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조현범 회장 측의 반격도 거셌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직접 지분 4.41%를 사들이고, 사촌 격인 효성첨단소재도 0.78%를 매입하며 우호 지분을 결집했다. 조현범 회장 측 특별관계자 지분은 47.22%까지 불어났다.

공개매수 결과,  응모 주식 838만8317주, 지분율 8.83%로 MBK가 설정한 최소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공개매수는 무산됐다.

◆공개매수는 실패 했지만…“대기업 총수 경영권 성역 깨졌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유통 주식 수를 감안하면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 시도는 애초에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MBK가 무엇을 노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MBK는 공개적으로 “한국앤컴퍼니는 부실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탄탄한 펀더멘털과 지속 성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임에도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에, 공개매수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MBK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손해 본 것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초 최소 물량에 미달하면 주식을 사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MBK의 시도가 실패로 귀결되기는 했지만, 이후 재계 전체에 남긴 파장은 크다.  이번 사례가 국내에서 사모펀드가 재계 주요 총수의 경영권을 직접 겨냥해 공개매수를 시도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사설 투자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국내 주요 총수의 경영권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상속 분쟁의 균열을 파고들어 직접 사모펀드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그룹의 3~4세 경영구도가 본격화 할수록,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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