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정재헌 vs ‘정통 KT맨’ 박윤영…빼앗긴 가입자 ‘누가 먼저 찾아올까’

시간 입력 2026-04-02 17:06:11 시간 수정 2026-04-02 18: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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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신임 수장, 취임 직후 ‘고객·네트워크’ 현장행…신뢰 회복 총력전
두 회사 모두 개인정보 유출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점유율 복구 ‘사활’
빅테크에 밀린 AI B2C ‘힘 빼기’…통신 본업 다지고 AI B2B로 수익화

정재헌 SKT CEO(왼쪽)와 박윤영 KT CEO. <출처=각 사>
정재헌 SKT CEO(왼쪽)와 박윤영 KT CEO. <출처=각 사>

지난해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SK텔레콤과 KT 새 수장들이 나란히 통신 본업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양사 CEO 모두, 정식 취임과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탈한 이동통신 가입자를 다시 만회하고, 시장 점유율 회복을 지상과제로 선언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맞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SKT 정재헌·KT 박윤영, 공식 취임 직후부터 ‘현장’으로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다음날 곧바로 경기도 포천시 관인노인대학을 찾아 50여 명의 시니어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 정 CEO는 이 자리에서 “그간 창립기념일이 자체 행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듣는 날’로 삼겠다”며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고객을 직접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1월 29~30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 대전, 대구, 부산 등 4개 지역본부를 순회하는 현장경영(MBWA)에 나서기도 했다. 각 지역본부에서 임원·팀장 미팅, 구성원 간담회, 안전·환경 점검을 소화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SKT는 경영진의 현장 방문을 정례화하고, 고객자문단 의견 청취, 고객신뢰위원회와 연계한 외부 전문가 소통, AI 기반 고객 의견 분석 등을 병행해 고객의 목소리가 경영 전 단계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윤영 KT CEO도 지난달 31일 취임 당일 별도의 취임 행사를 생략하고 경기도 과천의 KT 네트워크·보안 관제센터를 첫 공식 행선지로 택했다. 24시간 철야 근무 중인 직원들을 격려한 뒤 관제센터 운영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청취하고, 보안운용센터와 IT통합관제실을 직접 둘러보며 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와 긴급 대응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박 CEO는 현장에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철저하게 보안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고객 신뢰 회복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박 CEO는 취임 직후 통신 본업 강화를 위한 고강도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보안 강화를 위해 분산됐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하고, 금융결제원 출신의 보안 전문가 이상운 전무를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로 영입했다.

현장 조직 역시 고객 중심으로 개편했다. 기존 7개 광역본부를 4개 권역으로 통폐합해 본사와 현장의 정렬성을 높였다. 특히 직접영업을 담당하던 ‘토탈영업센터’를 폐지하고, 해당 인력을 고객 서비스 지원 및 정보보안 점검 등 현장 체감 품질을 높이는 분야로 전면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가운데)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포천시 관인노인대학을 방문해 시니어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SKT>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가운데)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포천시 관인노인대학을 방문해 시니어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SKT>

◆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대규모 고객이탈…가입자 만회 사활

두 CEO의 ‘현장 중심’ 행보는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실추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SKT의 경우 유심 해킹 사태 발생 후 약 4달간 약 51만8000명의 가입자가 이탈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위약금 면제 기간에는 총 83만5000여 명이 번호이동을 신청했고, 순감 규모는 60만명을 넘었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유영상 전 CEO가 물러나면서 정재헌 CEO가 당해 10월 취임했다.

KT는 고객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약 2주 간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약 31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결국 김영섭 전 CEO가 퇴진하고 박윤영 현 CEO가 3월 31일 공식 취임했다.

양사 합산 넉 달간 이탈 규모만 약 83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2026년 1월 기준 SKT의 시장 점유율은 39.0%, KT는 23.3%로, SKT는 여전히 해킹 이전 수준(40.5%)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윤영 KT 대표(오른쪽)가 주요 네트워크 인프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KT>
박윤영 KT 대표(오른쪽)가 주요 네트워크 인프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KT>

◆ AI B2C 회의감도 한 몫…“통신·AI B2B 투 트랙으로”

한편, 일각에서는 두 CEO가 통신 본업에 무게추를 두게 된 배경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외에도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수익화에 대한 회의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통 3사는 AI B2B(기업간 거래)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를 동시에 공략하며 적극적인 수익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와의 서비스 격차가 벌어지면서, 통신사가 독자적으로 B2C AI 서비스를 통해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AI 사업은 B2B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분위기다.

정재헌 CEO는 지난해 취임 첫 타운홀 미팅에서 “앞으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집중해 글로벌 빅테크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MNO)과 AI를 독립적 사내회사(CIC) 체제로 분리하고, AI 데이터센터·제조 AI 등 B2B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윤영 CEO도 KT의 미래를 ‘통신 본업 위에 AX(AI 전환)를 얹는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하며, B2B AX 역량을 결집한 ‘AX사업부문’을 신설하고 B2B 중심의 AI 수익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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