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4분기 가전·TV 사업 적자 전환
수요 침체·경쟁 심화·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
올해 전망도 불투명…칩플레이션으로 원가 부담 가중
가전 신제품에 AI 기능 고도화…프리미엄 시장 공략

국내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TV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양사 모두 가전·TV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요 감소, 시장 경쟁 심화에 더해 미국의 관세정책 등 대외 변수까지 맞물린 결과다.
올해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부품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양사는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은 영업손실 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직전 분기에도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다.
같은 기간 LG전자 생활가전(HS)·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솔루션(MS) 사업본부 역시 합산 영업손실 43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지속하며 연간 영업손실 7509억원을 기록했다. 가전·TV 수익성 악화로 LG전자의 4분기 전사 실적도 영업손실 1090억원으로 9년 만에 분기 적자 전환했다.
가전·TV 수익성이 악화된 배경으로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함께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제품 교체 수요가 길어지고,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가전·TV 수요 회복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4975만대로,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삼성과 LG를 바짝 추격하면서 시장 입지가 좁아지고, 마케팅 비용 등 운영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쟁 대응을 위한 판가 인하와 비용 투입 역량 등으로 MS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내년 1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LG 마이크로RGB 에보를 선보인다. <사진제공=LG전자>
올해도 가전·TV 시장의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TV 시장의 경우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인한 신규 수요 기대감은 존재하나, 무역 관세 및 금리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시장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회복세를 점진적으로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기저 효과 및 환율 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소폭의 역성장을 보이면서 연간 전체 수요 전망은 전년도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로 인해 가전 부품과 TV 디스플레이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부품 가격 상승분이 세트 제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수요는 더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일정 수준의 원가 상승 부담은 불가피해 보이고 또 메모리 비중이 높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가 인상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에 일부 판가 인상을 포함해서 추가적인 원가 절감, 스펙 최적화 그리고 프리미엄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전·TV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통적으로 AI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프리미엄 시장 입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양사는 이달 초 열린 CES 2026에서 AI 기반 가전 신제품과 신기술을 공개하며 AI 가전 생태계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가전 최초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적용하는 등 AI 가전 기능 고도화에 나섰다. LG전자의 새로운 LG 시그니처 냉장고 역시 LLM(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고객의 일상 대화를 인식하는 AI 음성인식 기능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VD와 가전은 경쟁 심화·관세 등 부정적 여건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강화된 AI로 초개인화 고객경험을 제공해 고부가 제품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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