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 워싱턴 D.C.서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
美 정·관계 인사 및 글로벌 기업 경영진 등 250여 명 참석
러트닉 장관 만난 이재용, 관세 위기 대책 논의했나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가운데, K-반도체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불똥이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을 경우,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동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K-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위협을 해소할 ‘키맨’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은 현지시간으로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스미스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해외 순회전의 첫 번째 전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는 다음달 1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삼성은 이건희 컬렉션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고자 이번 갈라 행사를 마련했다.
갈라 디너 행사에는 미국의 정·관계 인사,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계 인사 등 총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정·관계에서는 하워드 장관을 비롯해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앤디 킴 민주당 상원의원, 웨스 무어 메릴랜드주 주지사,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등이 자리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 창업자,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최고경영자),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CEO,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 등이 함께 했다.
또 루디 B 미킨스 시니어 등 6·25 한국 전쟁 참전 용사 4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에서 6·25 한국 전쟁 참전 용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그리고 삼성그룹 주요 사장단이 자리했다.
이 밖에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체이스 로빈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 등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며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영웅들을 이 자리에 모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당시 3만6000명이 넘는 미국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처럼 번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이 회장은 “6·25 전쟁 등의 고난 속에서도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며 “홍 명예관장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날 행사는 이건희 컬렉션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자리이나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한·미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이벤트여서 더욱 주목 받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핵심 인물인 러트닉 장관이 참석해 세간의 관심이 초집중됐다. 러트닉 장관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축사를 위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러트닉 장관 간 회동이 성사됐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이 미국 주요 인사들과 소통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러트닉 장관과 미 관세 압박 등 당면 현안에 대해 대화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물론 갈라 디너 행사 성격상 진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누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관세를 중심으로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이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미 간 무역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 자동차,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지난해 7월 30일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다”며 “내가 같은해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는데도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입법부의 승인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전략적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 전략 투자 기금 조성과 한·미 전략 투자 공사 설치 등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이에 미국도 같은해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그러나 이후 국회의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은 아직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가 당초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된 거래 내용에 맞춰 우리의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하는 행동을 해 왔다”며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교역 파트너들도 똑같이 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다수의 산업이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아직 관세를 확정 짓지 못한 K-반도체가 새로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품목별 관세 100%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재인상이 반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중순 러트닉 장관은 미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신규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이 특정 기업을 지목하진 않았으나 한국과 대만이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국가에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러트닉 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관세를 무기화하고 나서면서 K-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100% 부과 위협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이 회장이 러트닉 장관과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에서 만나면서 관세 위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대폭 높아지고 있다.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 <사진=삼성전자>
한편 참석자들은 전시 관람 뒤 만찬을 하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성악가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정누리 등의 공연도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워싱턴 D.C.에서 개막한 이건희 컬렉션에는 이날까지 6만1000여 명이 다녀갔다. 다음달 1일 폐막 때까지 누적 관람객은 6만5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후 올 3월 7일~7월 5일 미 시카고박물관, 올 9월 10일~내년 1월 10일 영국박물관 등에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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