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이례적으로 같은날 실적 콘퍼런스콜 진행
HBM4 분야 선점 위한 사업 전략·미래 비전 공개
SK, HBM 리더십·주도적 공급사 지위 지속 자신
‘엔비디아 AI 칩 탑재’ HBM4 물량 3분의 2는 SK
삼성 HBM4,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서 호평 받아
다음달부터 주요 고객사에 HBM4 대량 출하 예정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에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당장, 6세대 HBM인 ‘HBM4’ 양산을 앞두고, 두 회사간에 벌써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HBM 1위’인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인 HBM4 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도 내달부터 HBM4 양산을 본격화하며 메모리 최고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차세대 메모리인 HBM4 양산계획을 공개했다.
삼성·SK가 이날 이례적으로 같은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과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이날 거의 같은 시간대에 삼성·SK가 각각 차세대 메모리인 HBM4 사업 전략과 미래 메모리 사업 비전을 공개하면서 신경전도 연출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을 먼저 진행하며 포문을 연 곳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시간 먼저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4는 4세대 ‘HBM3’, 5세대 ‘HBM3E’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한다”고 ‘HBM 1위’를 자신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AI 시대 범용 메모리인 HBM3E를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에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7%에 달한다.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자랑하는 SK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액은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익의 경우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기술 우위와 양산 경험,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세대 ‘HBM2E’ 시절부터 고객사, 인프라 파트너사 등과 원팀으로서 HBM 시장을 개척해 왔다”며 “단순히 기술이 앞선 수준을 넘어, 그동안 쌓아 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HBM4에서도 고객사와 인프라 파트너사의 SK하이닉스 제품 선호도와 기대 수준은 매우 높다”며 “SK 제품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기반 D램을 적용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통해 4나노 기반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는 등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현재 SK는 대만 TSMC 파운드리공장에서 양산된 12나노 베이스 다이와 1b(10나노급 5세대) 공정 기반 D램을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존 제품에 적용 중인 1b 공정 기반으로도 고객사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은 매우 큰 성과”라며 “HBM4 역시 독자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로 HBM3E 수준에 버금가는 수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겠다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생산력 극대화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려워 일부 경쟁사의 진입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성능과 양산성, 품질 기반으로 한 SK하이닉스의 리더십과 주도적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사와 협의한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HBM4 양산을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같은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이어 9월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대량의 유상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공개하며 업계 선두 주자로서의 지위를 더 공고히 했다.
해당 HBM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로, 고객사 일정에 맞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우수한 성능에 힘입어 SK는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VR)’ 등에 사용할 HBM4 물량 중 약 3분의 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주도권 확보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4 기술 경쟁력과 양산 일정, 고객사 평가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기준을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했다”며 “주요 고객사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지난해 샘플을 공급한 이후 순조롭게 고객 평가를 진행해 현재 품질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HBM4는 고객사로부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이미 정상적으로 HBM4 제품 양산 투입과 생산이 진행 중이며, 주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부터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최상위 제품을 포함해 대량의 HBM4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때 HBM 경쟁에서 뒤처졌던 삼성이 주요 빅테크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차별화된 첨단 기술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혁신 기술로 중무장한 삼성 HBM4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4에 대한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 HBM4가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P는 여러 개의 칩, 컴포넌트 등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에 SIP 테스트는 속도, 전력 효율, 발열, 신호, 안정성 등 반도체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올해 첨단 AI 반도체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HBM4를 물색하기 위해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왔다. 그리고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상대로 SIP 테스트를 시행했다.
엔비디아는 HBM4를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해 전기적, 물리적, 기능적 특성을 테스트 한 결과, 삼성전자의 샘플 제품이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확인했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삼성 HBM4가 경쟁사 제품보다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극찬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은 차세대 제품 로드맵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세대 ‘HBM4E’의 경우 올해 중반 스탠다드 제품으로 먼저 고객사 샘플링 예정이다”며 “HBM4E 코어 다이 기반의 ‘커스텀(Custom) HBM’도 올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웨이퍼 초도 투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첨단 적층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커퍼 본딩 기술에 대해선 “지난해 4분기 HBM4 기반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하며 기술 협의를 시작했다”며 “HBM4E에서 일부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HBM 판매 전망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로부터 전량 구매 주문(PO)을 확보했다”며 “올해 삼성 HBM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은 주요 고객사들의 HBM 수요가 삼성의 공급 규모를 상회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및 그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공급 협의를 조기에 확정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HBM3E에 대한 수요 대응력을 높여가는 한편, HBM4·HBM4E를 위한 1c 공정 생산 능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도 적극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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