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음달 HBM4 양산 돌입…엔비디아 납품 예정
업계 최초로 고객사 품질 테스트 가장 먼저 통과한 셈
삼성 HBM4,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 최우선 진입 평가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다음달부터 본격 생산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 HBM4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 구체적인 양산 일정까지 공개되면서 삼성전자 AI 메모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이다.
사실상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4를 납품하게 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을 앞세워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빼앗긴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서둘러 되찾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HBM4 생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이 엔비디아에 얼마나 많은 HBM4를 납품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논평을 거부했고, 엔비디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 엔비디아 등 당사자들은 함구하고 있으나, 로이터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삼성전자의 HBM4는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통과한 제품이 된다. ‘HBM 1등’ SK하이닉스보다 삼성이 먼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 것이다.
이같은 낭보에 삼성 HBM에 대한 시장의 곱지 않던 시선은 이제 180도 달라지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 다툼에서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처지며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에 오점을 남겼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7%에 이르렀다. 반면 삼성전자는 22%에 그쳤다. 이에 SK·삼성 간 점유율 격차는 무려 35%p나 됐다.
경쟁사의 추격도 매섭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한 3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와 비교하면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는 단 1%p에 불과하다. 언제든 마이크론에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셈이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은 전 세계 선두 지위를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HBM4를 본격 양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핵심 기술이 적용된 HBM4 샘플은 고객사에도 전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혁신 기술로 중무장한 삼성 HBM4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4에 대한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 HBM4가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P는 여러 개의 칩, 컴포넌트 등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에 SIP 테스트는 속도, 전력 효율, 발열, 신호, 안정성 등 반도체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올해 첨단 AI 반도체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HBM4를 물색하기 위해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왔다. 그리고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상대로 SIP 테스트를 시행했다.
엔비디아는 HBM4를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해 전기적, 물리적, 기능적 특성을 테스트 한 결과, 삼성전자의 샘플 제품이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렇듯 삼성 HBM4가 경쟁사 제품보다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극찬한 엔비디아의 평가는 당장 삼성전자가 다음달 본격적인 AI 메모리 양산에 돌입할 것이란 소식의 신뢰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SK의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하거나 아예 역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 HBM4에 대한 낙관론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사업장을 직접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DS 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장을 두루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은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 역량 강화 노력을 치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선 엔비디아와 오랜 밀월 관계를 맺어 온 SK하이닉스의 HBM4 역시 머지않아 양산·공급될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같은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SK HBM4는 핵심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HBM4를 출하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4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라며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상의 스펙을 갖추며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맞춘 HBM4 샘플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SK의 기술 초격차 전략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가장 주목 받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부상했다. 경쟁사보다 앞서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HBM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로, 고객사 일정에 맞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거쳐 조만간 최적화된 HBM4 양산·공급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SK 중 엔비디아 공급망에 누가 먼저 진입했는지 여부가 이달 중 드러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현황과 양산·공급 본격화 시점, 매출 목표 등이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눈여겨볼 점은 삼성·SK가 매우 이례적으로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은 차세대 HBM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SK가 HBM4 사업 전략을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는 단순한 경영 성적표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차세대 HBM 패권을 누가 거머쥘 것인지 판가름 하는 장이 될 것이다”고 내다 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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