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반도체가 문 열고 정책이 밀었다…‘오천피’ 이후 시장은

시간 입력 2026-01-23 07:00:00 시간 수정 2026-01-22 1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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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개정안 통과시 주식수 감소로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 기대
로봇·원전·조선주 등 급부상…“FOMO 분위기 속 매수는 자제해야”

정체의 벽 앞에 멈춘 듯 보였던 한국 증시가 드디어 방향을 틀었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수요 폭발, 외국인 자금의 귀환,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첫 5000선을 넘어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낡은 굴레를 벗어던진 시장은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오천피 시대를 맞은 자본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코스피 지수가 ‘꿈의 5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상승세가 연중 내내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5000선을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도주’ 발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어선 이후 증권가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겼지만 5000선 돌파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던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상법개정안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단기 이벤트 차원을 넘어,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의 변화가 장기적인 지수 레벨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 5천피 넘어 6천피까지 넘볼까…올해 상승 여력은

증권가는 최근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는 반도체 등 일부 주도주에 한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던 국면과 달리 증시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코스피 5000포인트 도달 후 종목 확산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상승국면을 통해 볼 때)분기점 돌파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일부 쏠림이 과도했던 종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으로 자금이 순환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증시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 또한 관전 포인트다. 올해 증시에 작용할 추가 호재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상법개정안이 꼽힌다. 오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법사위) 심사가 예정된 해당 개정안 핵심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법 시행 전 보유 중인 자사주 역시 6개월 유예 기간을 둔 뒤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증권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코스피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 있다며, 지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은 자사주를 활용한 우회적 지배력 강화나 예외적 처분 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동시에 소각에 소극적인 기업을 향해 주주총회를 통한 소각 요구나 정관 변경 요청 등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주식수 감소가 직접적인 주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10년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주식수 증가가 주당순이익(EPS)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주식 공급이 줄어들면 수급 환경이 개선되고 EPS와 주당순자산가치(BPS)의 상승 속도가 구조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상승폭 한계 지적 원인은…특정주‧대형주 ‘쏠림 현상’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보합 국면에 접어드나 했으나 올해 초부터 탄력을 받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 원인은 반도체주의 강세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에 코스피 상승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지난 19일 기준 두 종목의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액은 각각 1조4000억원,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대형주만 강세를 보이고 소형주들은 소외되는 ‘K자형 증시’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 상장 기업 954곳 중 올해 초보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461개, 하락한 종목은 493개로 집계됐다. 주가가 상승한 곳보다 하락한 곳이 32개 많은 것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을 주도하는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감 및 AI 산업 확장 모멘텀에 국내 증시 시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가속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수혜주로 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이다.

이외에도 트럼프 관세 등 여전히 글로벌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대형주 선호 심리도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소형주에 대한 리서치센터의 리포트 발간이 줄며 투자자들의 소형주 분석이 힘들어지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올해도 증시 대형주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AI, 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맞은 반면 석유화학, 건설, 유통, 이차전지 등은 업황 부진으로 실적 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시장은 상황이 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들의 실적은 좋지 않다”며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올라야하는데 중소형사들은 지표가 좋지 않다보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가 증시 양극화를 완화시켜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AI 다음은 로봇과 원전?…5000 이후의 새로운 주도주

22일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자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5천피’의 주역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잇는 다음 주도 업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외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로봇주를 비롯해 원전, 조선, 방산주를 주요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로봇주는 코스피가 4000포인트 후반에 머물던 시기에도 급등세를 나타내며 지수 5000 돌파에 기여한 바 있다.

AI 확산 수혜로 꼽히는 원전 관련 기업도 주목 대상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전이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선주는 대형 수주 계약 등 잇따른 호재를 발판으로 주가가 빠르게 치솟는 흐름이다.

방산주는 반도체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시점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새로운 대장주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식 먼로주의)’를 표방하며 국방비 대폭 확대 방침을 내놓은 것이 핵심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방산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업체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하면서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전개되고, 주도주가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포모(FOMO)’ 기반 추격 매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기보다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수 급등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진 만큼 실적 모멘텀 약화 이후를 고려한 냉정한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실적 기반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 상사·자본재(방산), 헬스케어, 증권주가 돋보인다”며 “여기에 상법 개정안 등 정책 모멘텀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형 지주사 역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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