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폭발…반도체 대형주 외국인 매수 쏠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기여도 80% 이상
상법 개정·지배구조 개선으로 투자 매력 회복
실적 상향·환율 효과…4000→5000 역대급 속도
정체의 벽 앞에 멈춘 듯 보였던 한국 증시가 드디어 방향을 틀었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수요 폭발, 외국인 자금의 귀환,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첫 5000선을 넘어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낡은 굴레를 벗어던진 시장은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오천피 시대를 맞은 자본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며 국내 증시의 체질 변화가 눈앞에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원전·신재생에너지·방산·조선 등 다수 업종이 4000선까지의 랠리를 이끌었다면, 마지막 고지는 단연 반도체가 책임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외국인 수급을 흡수하며 지수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7% 상승한 4987.06에 개장 직후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오전 9시12분경 코스피 지수는 5013.25포인트에 거래됐다.
코스피가 처음 1000포인트를 돌파한 시점은 1989년이다. 이후 2000선 도달까지 18년이 걸려 2007년에야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또 2000에서 3000까지 상승하는 데는 14년이 더 걸려 2021년에 3000선을 기록했다. 1000에서 3000까지 30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코스피의 상승 속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뚜렷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구조적 회복세가 본격화되며 지수가 4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시장 유동성과 정책 모멘텀이 결합되면서 상승 탄력이 강화됐다. 그 결과 코스피는 4000대 진입 이후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5000포인트까지 도달하는 이례적 속도를 기록했다.

◆ 증시 부양 정책…‘코리아 디스카운트’ 탈피
국내 증시의 회복 흐름은 현 정부 출범과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했고,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산업구조 개편과 시장 공정성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저평가된 한국 시장의 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시장 불투명성’을 지목했다. 이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주가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법개정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2차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았다.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개정안도 속도가 붙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정책 효과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는 오랜 기간 앓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돼 왔던 반도체 기업 가치도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 AI 반도체 수요 폭발…삼성·하이닉스 ‘쌍끌이’
AI 수요 확대가 반도체주 상승의 중심에 있다. AI 버블 우려가 잠시 제기됐지만 반도체주는 곧 강세로 방향을 되찾았다.
AI 수요 폭증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주가를 밀어붙이는 핵심 촉매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글로벌 클라우드·빅테크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두 기업은 반도체 업황 반등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주가 상승을 가속화했고, 코스피 지수가 단기적으로 강한 모멘텀을 보인 배경에도 이 두 종목이 있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확대되며 지수 영향력이 더 커졌고, 지수 상승분 중 80% 이상을 두 기업이 사실상 책임지는 ‘편중 상승’ 구도가 형성됐다.
국내 반도체주는 3000선 중반에서 4000선까지 지수를 끌어올린 핵심 주도주로 작용했고, 5000 돌파 과정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쌍끌이 랠리’를 펼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두 종목의 코스피 기여도는 80% 이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종목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순매수액은 1조4000억원, SK하이닉스는 2조2000억원에 달했다.
주가도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초 5만3400포인트였던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34% 상승하며 22일 오전 기준 1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17만1200포인트였던 SK하이닉스 역시 전일 대비 3.92% 상승, 사상 최고가인 78만원을 넘보고 있다.

22일 오전 신한은행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자 딜러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 프리어닝 기대·환율 효과…추가 상승 여력도
프리어닝 시즌 진입과 함께 반도체·원전·지주·자동차 등 실적 상향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특히 반도체주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이라고 잠정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16~18조원)를 웃도는 수치로, 반도체주에 강한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호실적 발표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3조8090억 대만달러(약 177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31.6% 증가했고, 순이익은 1조7178억 대만달러(약 80조원)를 기록했다. 설비투자(CAPEX)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20억~560억 달러로 제시됐다.
환율 상승도 반도체주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기업엔 부담이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는 가격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도 높아진다.
프리어닝 기대, 메모리 업황 회복, AI 수요 폭발, 환율 효과가 맞물리면서 코스피는 단숨에 5000 고지를 밟았다. 과거 1000포인트 상승에 10년 이상 걸리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례적 가속도다.
정부의 증시 체질 개선, 기업 지배구조 개편, 글로벌 자본 유입 등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5000 돌파는 대선공약 실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올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더해지며 시장 관심은 이미 ‘코스피 6000 시대’로 향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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