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영업익 -2409억원…3년 연속 적자
석화·배터리 소재 사업 부진에 영업 적자 심화
SKC, 최태원 낙점한 글라스 기판 상업화 사활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중에 하나인 SKC가 지난해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SKC는 지난 2023년 이후 3년 연속 적자기업 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1980~1990년대 테이프 필름 사업 호조로 그룹의 실적을 견인했던 SKC는 최근 석유화학과 배터리 소재 사업의 부진으로 적자가 지속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SKC는 최 회장이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글라스(유리) 기판을 서둘러 양산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15일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C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23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SKC는 지난 한해동안 2409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SKC는 벌써 몇년째 적자 기조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015억원, 2022년 1862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던 SKC는 2023년 -2137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역성장 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4년 -2768억원, 지난해에도 -2409억원 등 해마다 저조한 실적을 거두며 적자 흐름을 이어 오고 있다.
SKC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은 주력 사업인 석화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석화 사업은 업계의 구조적 어려움, 전방 산업 수요 위축 등 겹악재로 실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의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 시장 경쟁 심화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중구 SKC 충무로사옥. <사진=SK리츠>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주요 사업이 해마다 악화일로를 걷자 SKC는 미래 먹거리로 삼았던 차세대 양극재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SKC는 지난해 12월 말 2021년 투자자 설명회에서 제시했던 중장기 성장 전략 가운데 차세대 양극재 사업 진출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SKC는 모빌리티 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선언하며 배터리 소재를 핵심 성장 축으로 낙점했다. 이어 동박 사업 확대와 함께 차세대 음극재·양극재 사업 진출을 본격화 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SKC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였던 양극재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SKC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동박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반도체·친환경 소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장기화함에 따라 배터리 산업 전반의 투자 및 생산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가치 사슬)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며 “장기적 수익성 검토를 진행해 (양극재 사업 진출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년 간 영업 적자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SKC는 당장 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우선 SKC는 비메모리 고객사의 신규 물량 공급을 확대하는 등 반도체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선 동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2024년 7월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
SKC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글라스 기판 사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글라스 기판은 최 회장이 점찍은 SK의 미래 먹거리다. 특히 글라스 기판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기존 반도체 기판과 달리 유리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이에 기판을 보다 얇고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또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전력 소비도 기존 기판 대비 30% 이상 줄어든다.
이러한 장점에 첨단 AI 반도체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AI 메모리에 적용하려는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고순도 글라스 기판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TBRC에 따르면 글로벌 글라스 기판 시장 규모는 2024년 79억달러(약 11조6249억원)에서 2029년 108억5000만달러(약 15조9658억원)으로, 연평균 6.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C는 글라스 기판 양산을 통해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는 톱티어 메모리 프로바이더다.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향후 글라스 기판 기반의 HBM을 출시한다면 AI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글라스 기판에 대한 최 회장의 관심은 지대하다. 앞서 2024년 7월 최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고, 현황을 보고 받았다. 앱솔릭스는 SKC가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글라스 기판 사업을 위해 2021년 설립한 자회사다.
당시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만난 빅테크 CEO(최고경영자)들에 앱솔릭스 글라스 기판의 기술 경쟁력을 소개하며 영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4년 6월부터 오픈AI, MS(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의 CEO와 연쇄 회동 하며, 글로벌 AI 파트너십 구축에 힘써 왔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가 글라스 기판의 주요 수요처인 만큼 최 회장이 영업맨을 자처한 것이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 <사진=SKC>
최 회장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 양산 목표도 차질 없이 순항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4년 완공된 공장에는 현재 모든 설비가 구축됐다. 이 곳에서 앱솔릭스는 TGV(유리관통전극) 공정 시간을 단축해 연 4만8000장의 글라스 기판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지속해서 기술력을 고도화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앱솔릭스는 글로벌 고객사에 글라스 기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글라스 기판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앱솔릭스는 올해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반도체 사업 투자를 위한 체력도 강화하고 있다. SKC는 최근 자회사 SK엔펄스를 흡수 합병하고, 현금 및 자산 3952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비핵심 사업의 선제적 유동화와 자사주를 활용한 2600억원 규모의 영구 EB(교환 사채) 발행을 통해 순차입금을 약 5000억원 줄이기도 했다.
SKC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글라스 기판 투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SKC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 주력 사업 경쟁력 제고, 글라스 기판 등 신성장동력 육성, 재무 건전성 강화를 종합적으로 추진해 3년 연속 적자에서 조속히 탈피하고, 흑자 반등을 꾀한다는 목표다.
SK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침체로 SKC의 배터리 소재 사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올해 글라스 기판 분야에서 유효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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