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역대 분기 최대 매출 경신
“새 기록 썼다” 국내 기업 최초 ‘분기 영업익 20조’ 달성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 16조원대…“반도체 살아났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HBM 판매 확대 등 겹호재 덕분
삼성 HBM4 호평, 1위 탈환 기대…‘연간 영업익 100조 시대’ 여나

AI(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2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층 강화된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에 힘입어 수익성을 크게 제고한 데 이어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까지 맞물리면서 역대급의 반도체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이 AI 칩 훈풍에 올라타면서, 올해 영업익 100조원 시대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는 연내 첨단 AI 반도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6세대 HBM인 ‘HBM4’ 등 AI 메모리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93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86조617억원 대비 22.7%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9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0조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 12조1661억원 대비 무려 208.2% 급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17조원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실제 영업익은 이보다 3조원 가량 더 높은 20조원이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익 20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아울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던 지난 2018년 3분기 17조5700억원 이후 7년여 만에 역대 분기 영업익 최대 기록도 경신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선전이 전체 실적을 밀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전망치가 16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4분기 전체 영업익 20조원 중 80%를 DS 부문에서 벌어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DS 부문이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HBM 판매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 등 겹호재가 이어진 때문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트렌드포스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AI·서버 시장 수요 확대로 지난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이 50%가량 상승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 탓이다. 실제로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D램 생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기존 범용 D램 생산은 빠르게 줄여 왔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범용 D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일반 서버 시장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7~2018년 대규모로 구축됐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이처럼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메모리 업체 가운데 생산 능력이 가장 큰 삼성전자가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크게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HBM 역량을 빠르게 제고하며 AI 메모리 패권 확보에 성공한 것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한때 ‘메모리 최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 다툼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에 밀리며 명예로운 타이틀에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지난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21%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7%에 머물며 HBM 시장 3위로 추락했다.
삼성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HBM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 12단을 공급하며 명예 회복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사실상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올해 전 세계 HBM 시장에서 HBM3E가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 삼성 반도체의 실적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은 차세대 HBM으로 일컬어지는 HBM4과 관련해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4에 대한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 HBM4가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P는 여러 개의 칩, 컴포넌트 등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에 SIP 테스트는 속도, 전력 효율, 발열, 신호, 안정성 등 반도체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올해 첨단 AI 반도체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 최적화된 HBM4를 물색하기 위해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왔다. 그리고 최근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상대로 SIP 테스트를 시행했다.
엔비디아는 HBM4를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해 전기적, 물리적, 기능적 특성을 테스트 한 결과, 삼성전자의 샘플 제품이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확인했다.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로부터 HBM4 부문에서 최고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삼성은 HBM 시장에서의 위기를 단숨에 만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HBM4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평가로 삼성전자의 HBM4가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에 가장 먼저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약진은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변화까지 예고되고 있다. ‘HBM 1등’ SK의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하거나 아예 역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HBM 특수, 범용 메모리 가격 급증 등 겹호재가 맞물리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부진을 만회하고 올해 연간 영업익 1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 전망치는 106조7034억원으로 추정된다.
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 전망치를 109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상상인증권은 이보다 더 높은 116조1690억원, IM증권은 무려 123조6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돌입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D램 가격의 급증세, HBM 출하량 확대에 따라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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